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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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차 남북정상회담은 첫째도 둘째도 ‘북한 비핵화’

고위급회담, 9월 평양 개최 합의 / 北 “제기한 문제 해결 안 되면 난항” / 몽니 부린다고 끌려다녀선 안 돼
어제 판문점 남북고위급회담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9월 초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 합의는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을 실행에 옮기는 셈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여는 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북·미 간에는 북한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의 순서를 둘러싼 이견이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신고 등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연내 종전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 종전선언 등 후속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다. 심상치 않다. 북한 매체들은 ‘미국의 제재 책동과 이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 탓에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낸다.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교류문제를 언급하면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수틀리면 판을 깨겠다는 위협이다. 청와대가 그제 고위급회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방북단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회담 날짜와 방북단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북측 몽니 탓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북한의 대남압박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북측 노림수를 제대로 읽고 대처해야 한다. 미국과의 공조는 기본이다. 긴밀한 소통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한·미동맹 차원의 일관된 대북 대응태세를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나 미국의 제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평양을 방문하는 세 번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과거의 대통령 방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켰다. 이미 완성된 북한 핵을 놔둔 채 남북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문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반드시 실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결연한 각오로 평양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