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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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이 누구길래, 김경수도 달려가고 송인배도 월급타고

2009년 5월 25일 보석으로 풀려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노무현 후원회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한 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고 있다. 뉴시스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냈던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강 회장의 시그너스컨트리클럽으로부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웨딩담당 이사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은 일, 김경수 경남지사는 허익범특검팀의 지사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강 회장 6주기 추념식에 참석한 일로 그의 이름이 다시 밖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투 1호로 14일 형사재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인연도 새삼 거론됐다.

강금원 회장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지사를 달려오게 만들고 송 비서관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 밀었을까.

▲ 노무현과 인간대 인간으로 맺어진 관계

강금원 회장(1952년 11월 10일~2012년 8월 2일)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과 6살 아래인 강 회장은 1998년 이전만해도 노 전 대통령과 아무런 연이 없었다.

그동안 부산에서 지역차별속에 창신섬유를 굴지의 염색업체로 일궈내기에 바빠 정치와는 담쌓고 살았다.

지난 8월 2일 강금원 회장 6주기 추도식에서 김경수(왼쪽에서 두번째) 경남지사 등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당시 김 지사는 특검 압수수색이라는 급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 추모식에 참석했다. 그만큼 강 회장은 친노그룹에게 상징적 인물이었다. 연합뉴스

그런 강 회장은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지역정치 틀을 깨야 한다"며 지역구를 부산에서 서울 종로로 옮긴 것에 감동, "난 평생 정치인에게 신세질 없는 사람이다"는 말과 함께 노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자처했다 .

이후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킨 인물이자 아무런 조건없이 마지막까지 후원해 준 유일한 사람으로 남았다. 

▲ 노 전 대통령 재임, 퇴임시절 두차례나 감옥살이

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3년 12월 배임 및 횡령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노 정권 탄생에 기여한 많은 이들이 나름의 자리를 차지한 것과 달리 일등공신인 강 회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옥살이를 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인 2009년 4월 회삿돈 횡령, 세금 포탈혐의로 또 구속됐다.

당시 강회장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해서 이렇게 ‘정치 탄압’을 하니 달게 받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한국 법이 그렇다면 법대로 하겠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탈세, 횡령으로 기소된 강금원(왼쪽) 창신섬유 회장이 2009년 10월 8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강 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은 관계로 모자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 뇌종양 보석 신청했지만 무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틀 뒤 보석으로 풀려나 빈소 찾아

강 회장은 2009년 5월 19일 "뇌종양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서거(2009년 5월 23일) 소식을 옥중에서 들었야 했다. 

이틀 뒤인 5월 25일 보석으로 풀려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아 대성통곡했다.

▲ 뇌종양으로 2012년 8월 2일 별세, 친노 전원 집결

강 회장은 뇌종양 수술시기를 놓친 때문인지 2012년 8월 2일 60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강 회장 빈소에는 친노(친 노무현) 전체가 집결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고문,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찾아 울었다. 

2012년 8월 3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강금원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슬픔에 가득한 얼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 내가 도운 사람은 모두 백수

생전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주위 사람을 알아서 챙겼다.

생전 강 회장은 "내가 돈 준 사람은 다 백수들이다,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돈을 준 이유에 대해 "사고치지 말라고 준 거지. 그 사람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데 먹고 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쉽상이니 사고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줬다"고 했다.

이런 강금원 회장이기에 김경수 지사도, 송인배 비서관도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물론 안희정 전 지사도.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