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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선고' 조병구 부장판사는 누구?

양승태·김명수 대법원장 교체기에 ‘사법부의 입’ 맡아 맹활약 / 마약·음란 등 공공질서 문란행위에 엄격한 판결 내린 ‘포청천’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조병구 부장판사에 법조계 눈길이 쏠린다. 조 부장판사는 마약사건이나 음란행위 등 공공질서에 반한 범행에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진 ‘포청천’ 스타일의 명(名)법관이다.

조 부장판사는 올 초 약 2년간의 법원행정처 근무를 마치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부임한 직후 안 전 지사 사건을 맡아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는 피해자이자 고소인인 김지은 전 충남지사 정무비서 측에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는 한편 피고인인 안 전 지사의 반론권 행사도 적절히 보장하는 등 재판을 공정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안 전 지사를 기소한 검찰이 법정에서 다소 감정이 섞인 듯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신속히 제재하는 등 엄정한 소송지휘권 행사로 재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게끔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재판장인 조병구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과거 대법원 공보관 시절 언론 브리핑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구에서 태어난 조 부장판사는 서울 단대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 이른바 ‘소년등과’ 대열에 합류했다. 사법연수원(28기)을 수료하고 육군법무관 복무를 마친 뒤 2002년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판사가 선망하고 선호하는 서울지법이 초임지란 점이 조 부장판사의 실력과 인품을 짐작케 한다.

이후 서울서부지법, 대전지법 공주·홍성지원,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사법연수원 교수(2010∼2012)와 대법관 재판연구관(2015∼2016)으로 잠시 재판 일선을 떠나 있기도 했다. 2014년 부장판사 승진 이후로는 창원지법 진주지원 부장판사를 거쳐 2016년 ‘사법부의 입’에 해당하는 대법원 공보관에 부임했다. 대법원장이 양승태에서 현 김명수로 교체되는 격동기를 포함해 2년간 법원 판결과 정책 홍보라는 중책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평을 듣는다. 올 초 박진웅 부장판사에게 공보관직을 넘기고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 부장판사로 재판 일선에 복귀했다.

조 부장판사는 최근 대마 흡입 혐의로 기소된 배우 한주완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약물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추징금 320만원 등을 선고해 화제가 됐다. 마약사범의 경우 초범은 벌금형이 보통인데 징역형을 선고해 ‘이례적으로 셌다’는 뒷말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에 재직한 2013년에는 이른바 ‘란제리 클럽’으로 불린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업주가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업소는 여성 종업원들이 남자 손님들 앞에서 겉옷을 벗고 팬티와 슬립 등 속옷만 입은 채 서빙해 ‘풍기문란’ 논란이 일었다. 조 부장판사는 당시 판결문에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사회도덕에 대한 기강을 문란하게 함으로써 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을 해치는 행위”라고 업주를 꾸짖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에 재직한 2010년 전교조 관련 사안에서 내린 판결도 명(名)판결로 통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률을 어기고 시국선언을 한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해 전교조 충남지부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다른 법원에선 무죄 선고가 나오기도 했는데 ‘홍성지원 재판부만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법대로 재판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선지 법조계 안팎에선 조 부장판사를 일컬어 ‘공공질서에 반한 범행에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법관’이라고 부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