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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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국민연금, 근본적 발상 전환 필요하다

개선안, 재정안정 집착 노후보장은 뒷전/최저연금 등 국민 납득할 방안 제시해야
국민연금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끝없는 반복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번 개혁안은 국민으로 하여금 불만을 넘어서 분노하게 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위원회 개선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재정 안정에 개혁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핵심 내용은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1.8∼4%포인트 올리고, 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65세에서 68세로 늦추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나이가 많으면 연금액을 깎는 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간단하다.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비율로 부담을 늘리고 연금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한 번에 재정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 개선안은 재정 안정에만 집착해 오히려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인 노후보장 자체를 뒷전에 둔 채 수지상등원칙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주객이 전도돼 재정 안정 가능성은 커졌으나 국민의 노후 보장은 오히려 멀어진 셈이 된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 사회복지학
구체적으로 보면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면서 간과한 것이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모두 9%로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에 부과대상이 되는 소득은 약 월 460만원까지이다. 그러니까 460만원 이상의 소득계층은 실제로는 동일한 액수의 보험료를 부담을 해서 보험료율은 낮게 된다. 예를 들어 월 920만원 소득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4.5%가 된다. 이에 고소득자일수록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낮아지게 돼 있다. 그래서 보험료율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보다는 낮은 보험료를 내는 계층의 보험료를 올려 모든 소득계층이 동일하게 9%를 부담하게 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다. 더구나 모든 소득계층이 9%를 부담하게 되면 실제 보험료는 3~4%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개선안이 제시한 연금지급 수준의 하향조정 관련 사항이다. 우리는 이미 국민연금의 연금을 급격히 삭감한 바 있다. 그 결과 노후보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수준의 연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돼 있다. 현재 약 200만원 수준의 국민연금 평균가입자가 40년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약 80만원 수준이 된다. 만일 20년을 가입하면 40만원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보다 낮은 수준이 된다. 더구나 전체의 절반이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기초생계비 이하의 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연금을 줄인다고 하니 저소득자의 입장에서 불만과 불신에 배신감까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60세에서 65세까지 의무가입 연령을 연장하는 것은 우리의 정년퇴직 상황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정년제에 따른 퇴직 연령의 문제는 심각한 노후 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60세에서 65세까지 의무가입을 하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담하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없으면 부담을 하지 않는 것이 제도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재정 안정만을 위해서 보험료를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조치이다.

국민연금액을 낮추는 작업은 연금수급자에게 최소한의 연금을 주도록 지켜주는 최저연금제도가 같이 마련돼야 가능하다. 국민연금 최저연금은 공적 부조보다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보험이 빈곤 예방 기능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고소득자의 양보를 기본으로 한다. 그 양보된 만큼이 저소득자의 노후 보장에 보탬이 되고 그 사회가 안정되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고 귀중한 노후보장체제이다. 이 제도 없이 노후 보장을 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소중한 제도가 국민으로부터 불만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애물단지처럼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정 안정은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그렇다고 재정 안정만을 목표로 하는 어이없는 태도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전한 방안을 제시해야 국민이 동의하는 합리적 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역사와 함께하는 노후보장체제로서 국민연금이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 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