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팩트 IN 뉴스] DJ·노무현도 1948년 건국 인정? 절반만 사실

한국당 주장 진위 논란/DJ 재임 중 1948년 건국 수차 언급/노무현 연설서 “공화국 건설” 역설/퇴임 후는 보수진영측 주장 비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도 ‘1948년 건국’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였다”며 “기본은 1948년에 건국했다는 설이고, 거기에 대해 이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비대위원장이 건국절 논란을 두고 문재인정부의 ‘1919년 4월 13일’과 보수진영의 ‘1948년 8월 15일’ 중 보수진영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엔 등은 1948년을 건국의 해로 선언했다”고 가세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은 ‘1948년 건국’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1998년 8월 15일 제5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는 우리에게 영광과 오욕이 함께했던 파란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제2의 건국’ 운동도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수립 50주년 인터넷 홈페이지 인사말씀’에서 “올해로써 건국 50주년을 맞았다”고 하는 등 ‘정부수립’과 ‘건국’을 동일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도 2003년 광복절 연설문에서 ‘공화국 건설’과 ‘건국’을 비슷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58년 전 오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 압제에서 해방되었고, 3년 후에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며 “이러한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명박정부가 2008년 광복절을 ‘건국 60주년’으로 기념하자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당시 봉하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은 자리에서 “건국이란 것은 정부수립을 말하는 것인데 이미 그 이전부터 단군왕검이 건국을 해놓았고 그 뒤 수없이 계속 건국을 해 왔다”고 비판했다. 보수진영의 ‘건국절’ 주장이 우리 역사의 연속성을 부정한다는 지적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