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文대통령 “위안부, 외교적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기림의 날’ 행사 참석/“韓·日 분쟁 이어지지 않길 바라”/ 과거사 분리 투 트랙 기조 유지/“北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오래오래 사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경애 할머니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김 할머니가 문 대통령의 볼을 만지고 있다.
천안=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정부 기념식에서 “저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중대 흠결이 발견됐지만 재협상을 하지는 않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은 27년 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로,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어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일본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독립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제73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독립 유공자 후손들과 오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안중근 의사의 증손 토니안씨, 우사 김규식 선생 손녀 김수옥씨, 백암 박은식 선생 손자 박유철씨,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 이종광씨,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씨. 뒷줄 왼쪽부터 왕산 허위 선생 증손녀 소피아씨, 안 의사 외증손 이명철씨, 최재형 선생 증손 쇼르코프 알렉산드로 올레고비치씨, 문 대통령, 김 여사, 우당 손자 이종찬씨, 성재 이동휘 선생 증손 황 엘레나씨,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명기한 한·일(2015년 12·28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 토니안씨 등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힘이자 정신”이라며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