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015년 9월부터 서울고법 형사7부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 재판은 초반부터 재판장인 김모 부장판사와 주심인 최모 판사의 의견차로 갈등이 불거졌다. 김 부장판사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을 손자병법 전략에 빗대면서 ‘재판장이 피고인을 변호한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당시 법원 안팎에선 “법리와 결론, 선고 시점 등을 놓고 재판장과 주심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심 최 판사가 사건을 맡은 지 5개월 만인 2016년 2월 돌연 휴직계를 냈다. 이어 그는 곧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분석심의회 심의위원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 이는 ‘한 재판부에 최소 2년을 근무해야 한다’는 법원 내부의 인사 원칙을 깬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한 재경지법의 판사는 “주요 사건을 맡은 주심이 재판 도중에 교체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해당 재판부에 온 지 얼마 안 된 판사가 바뀌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데 설령 판사 스스로 외부기관 파견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법원행정처가 승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귀띔했다. 이후 행정처 심의관 출신 법관이 최 판사 후임으로 부임해 파기환송심 주심을 맡아 지난해 8월 선고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주심 판사 교체 배경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이뤄진 FIU 파견 의혹을 알고는 있다”며 “다만 행정처의 법관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관계자 소환조사 등이 힘들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재판과 관련된 문건을 다수 작성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점도 검찰이 주심 교체에 주목하는 이유다. 문건 중에는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0월 당시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의 법리적 입장 등을 적시한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 심리방향’이란 보고서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본지 기자와 만나 “최 판사의 FIU 파견은 대법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재판장과 갈등이 있었던 것은 맞고 (파견자) 선발 때 그 점이 반영됐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FIU 파견은 스스로 결정해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배민영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