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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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원룸 20대 여성 살해 암매장한 일당, 3개월간 폭행 일삼아

황인택 군산서 형사과장이 지난 13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20대 여성 암매장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전북 군산 한 원룸에 함께 거주하던 20대 여성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자 암매장한 또래의 동거인들이 피해자를 3개월간 지속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전북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살인과 사체유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A(23)씨 등 5명과 이들의 폭행으로 숨진 B(23·여)씨는 지난 3월부터 군산시 지곡동의 한 빌라에서 함께 생활했다.

집주인 C(26·웨이터)씨 부부는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빌라에서 함께 생활할 세입자 모집 광고를 내 B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을 모이게 했다. 이들 중 2명은 경기도에 살던 D(23·웨이터)씨와 그의 교제녀 E(23·무직)씨였다. 여기에 범행에 가담한 1명은 C씨의 지인으로 함께 생활하지는 않았으나, 틈만 나면 빈번히 빌라를 들락거렸다.

경찰은 인터넷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인 경험이 있는 C씨 부부가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 동거인을 모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 등은 동거 초기부터 B씨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손찌검을 가하기 시작했다. C씨의 부인과 동향으로 친분이 있어 이곳을 찾은 B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어 월 10만원씩 부담하는 생활비 대신 청소, 설거지 등을 도맡았지만,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이유로 폭행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함께 생활한 지 1개월 남짓 지난 4월 인근 소룡동의 한 원룸으로 이사했다. 이곳에서도 B씨에 대한 구박과 폭행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지난 5월12일 오전 9시쯤 집안 청소 등을 문제 삼아 B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다.

그러자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면 폭행에 의한 상처 등으로 처벌될 것을 두려워 해 암매장을 통해 범행을 은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20㎞가량 떨어진 나포면 한 야산에 몰래 묻어 유기했다.

이후 장맛비로 인해 암매장한 야산의 토사가 유실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이들은 지난달 말쯤 다시 사체를 파내 이곳에서 20㎞ 가량 떨어진 옥산면 야산에 재차 암매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체의 부패를 촉진시키기 위해 황산을 들이붓고 비닐로 감싼 뒤 여행용 가방에 넣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씨의 부모는 지난 3월28일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4월7일 딸로부터 “잘 지낸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안심했다. 하지만 이후 4개월 이상 연락이 없자 지난 5일 재차 실종 신고해 경찰이 수소문 중이었다.

경찰은 이들 중 한 명으로부터 “최근 사람을 살해해 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일당을 긴급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로부터 B씨를 지속 폭행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며 “또래의 동거인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두 차례나 암매장하고 약품으로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완전범죄를 꿈꾼 이들의 범행 경위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