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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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15에 되새기는 대한민국, 그 성취의 70년

사실관계 반하는 편향 시각으로/국가 정통성 스스로 훼손 말고/역사 직시하며 미래에 대비해야
8·15 광복절이다. 73년 전 오늘 마침내 해방의 날이 밝았고, 70년 전 오늘 반만년 만에 처음으로 헌법국가가 탄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경축사를 통해 ‘평화’ 메시지를 내놓고, 정부는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행사’를 갖는다.

8·15를 맞는 심정이 개운치만은 않다. 진영 갈등과 반목의 깊은 골을 체감하는 날이기도 한 까닭이다. 우리 사회의 좌우익은 대한민국의 나이조차 다르게 본다. 좌익은 올해를 건국 99주년으로, 우익은 건국 70주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정부 여당은 대체로 전자 쪽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을 ‘건국 100년’으로 기념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2년 전 야당 시절엔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립됐으므로 그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조차 인정했던 ‘1948년 건국’을 그 후예들이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얼마 전 시민단체가 의뢰한 ‘대한민국 건국 70년 우표’ 제작을 거절했다고 한다. ‘사회적 물의’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통령이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으니 ‘70년’ 기념은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70년’ 부인이 역사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는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유엔의 1948년 결정에 따라 대한민국 초대 국회가 그해 5월 구성됐고 8월15일 정부가 출범했다. 유엔은 이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국가의 필수 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다. 그 필수 요소를 갖춘 헌법국가가 그렇게 비로소 출범한 것이다. 그런데도 왜 ‘건국 70주년’을 놓고 상식 이하의 논란이 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실관계에 반하는 편향된 시각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국가 기억을 왜곡한다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교육부는 2020년부터 쓸 중·고교 교과서와 내년도 초등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 기술을 삭제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북한 도발’ 같은 표현을 뺀다고도 했다. 국가 정통성을 훼손하는 자해극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70년은 자랑스러운 역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 유일하게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했다. 북한과는 크게 대비된다.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길이 결국 옳았던 것이다. 그 성취의 70년을 올바르게 되새기며 미래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유지에 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