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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유튜브로 간 정치인들… "날 좀 보소"

법안·정책 설명 쉽게 쏙쏙 / '1인 방송'으로 소통하는 의원들 / 여야 의원들 동영상 제작 바람 / 페북·트위터 이어 소통 창구로 / 유튜브활용 이젠 선택 아닌 필수 / 당 대표급도 영상홍보 열 올려
‘마포乙 손혜원’, ‘금태섭TV’, ‘민경욱의 파워토크’, ‘전희경의 브리핑룸’.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YouTube)에 여야 정치인의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소통창구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비가 글이나 사진에서 영상으로 옮겨가면서 SNS 대세가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바뀐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초재선 의원뿐 아니라 당대표급 원로들도 유튜브 영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60대 이해찬 의원이 20대 비서진에게서 SNS 사용법을 배우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운영 등 현안들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혼자 진행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앵커출신인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토크쇼 형태로 다른 의원이나 이슈인물을 인터뷰하는 코너로 주목받고 있다. 법조인 출신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법안을 쉽게 해설해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유튜브 활용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이 됐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3월 79억분이었으나 올 6월에는 289억분으로 3.7배 늘었다. 2016년 네이버 앱과 2017년 카카오톡 앱을 추월했다. 정치인이나 정당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직접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는 이를 두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데, 정치인이 직접 크리에이터로 뛰어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의정활동을 국민에게 알리는 방식과 차별화된다. 지지자들은 의원이 올리는 게시글이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며 호감을 표시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 때면 SNS는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이런 부정적 현상을 볼 일이 적다.

◆단순 의정 홍보부터 자체 콘텐츠 제작까지

대부분 의원에게 유튜브 채널은 의정활동 홍보수단이다. 각 의원실은 국회방송에서 촬영한 언론 브리핑, 상임위원회 질의, 그리고 방송 인터뷰 등 의원이 나온 부분만 잘라서 모아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등은 주로 대정부 질의, 국정감사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소개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회 영상이나 TV 인터뷰를 따와서 올리는 것보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 의원들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진행하는 ‘경제, 알아야 바꾼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구 이름을 따서 ‘마포乙 손혜원’이란 이름을 쓰는 손 의원의 채널 구독자 수는 약 2만9000명이다. 2016년 4월에 만들었는데 단시간에 고속 성장했다. 특히 손 의원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함께 ‘경제, 알아야 바꾼다’(경제알바)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경제알바 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리고, 음성은 팟캐스트로 만들었다. 일종의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로 이용)’다. 회당 최대 41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경제알바는 최근엔 책으로도 나왔다. 손 의원은 인기 이유에 대해 “의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데, 저는 소비자·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홍보하기보다는 시청자와 지지자 등 국민에게 유익한 내용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금태섭TV’도 어깨에서 잔뜩 힘을 뺀 SNS 채널이다. 의정활동을 알리는 다른 채널과 달리 금태섭TV는 국회 내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소개하거나 국회의 역할을 보좌진이 나와 쉽게 풀어 전달한다. 구독자 약 7000명을 보유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상정랜드’도 인기다. 국회에 언급한 발언을 올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종 패러디 영상으로 당 후원을 요청하거나 정책을 홍보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의 ‘전희경의 브리핑룸’.
자유한국당에서는 대변인 출신 의원들의 유튜브 활동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전희경과 자유의 힘’ 채널을 운영하는 전희경 의원이 독보적인 선두주자다. 구독자 수가 약 1만9000명이다.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논평과 이슈에 대해 심층분석하는 ‘전희경의 브리핑룸’을 올려 호평을 받았다. 앵커 출신이자 당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의원은 채널에 ‘민경욱의 파워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른 채널과 차별화를 뒀다. 토크쇼 형태로 다른 의원이나 이슈 인물을 인터뷰하는 코너로 눈길을 끈다.

◆민주당 당권주자들도 치열한 유튜브 경쟁

민주당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저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표심을 구애하고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한 이해찬·김진표 의원은 유튜브상에서 가히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해찬 의원은 예비경선을 통과한 뒤인 지난달 31일 의원실 막내 비서에게 SNS를 배우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조회 수 2만6000회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캠프 차원에서 ‘내가 본 이해찬’, 기자간담회, 합동연설회, 실시간 질의응답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진표TV’를 운영하고 있다. 김 의원은 4년 전 경기지사에 출마했을 때 활발히 운영했다가 한동안 쉬었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당대표 공식 출마선언을 이틀 앞두고 계정을 다시 활성화했다. 김진표 의원은 캠프 자체 인터뷰 영상을 시작으로 커피광고 패러디, 라이브 토크쇼 등 청년층 지지를 얻으려는 여러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유튜브 계정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친문(친문재인)’ 후보인 점을 앞세우고 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지난 6월28일 ‘송영길TV’를 개설했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김해영, 남인순, 박광온, 박정, 박주민 의원이 유튜브 채널로 소통한다. 이 중에서는 박주민 의원 채널이 돋보인다. 법조인 출신답게 ‘법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를 만들어 인터넷 강사처럼 나와 어려운 법안을 해설한다.

◆정당·정부 차원에서도 유튜브로 정책 홍보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정당도 유튜브를 통한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정부에서는 청와대 유튜브 구독자 수가 1위다. 약 10만5000명이 구독하는 청와대 유튜브는 문재인 대통령 활동을 소개하거나 ‘청와대 Live’코너로 국민청원 답변을 한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도 독자 채널을 만들어서 장관 동정을 알리거나 정책을 좀 더 쉽게 알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내에서 홍보 역할을 담당하는 부처답게 짧은 웹드라마 안에 다양한 정책을 녹이며 눈길을 끌었다.

각 정당도 공식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국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한국당이다. 한국당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의 구독자 수는 약 2만7000명으로 원내 정당 중 가장 많다. 당 공식 회의, 현장 방문을 생중계하거나 각종 논평과 브리핑을 방송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각 후보자가 선거송 ‘아기상어’에 맞춰 춤을 춘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병준 메모’라는 프로그램에 홀로 출연해 짧은 강연부터 당 운영 관련 내용을 설명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오면서 페이스북보다는 유튜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실무진이 ‘그럼 직접 출연해서 소통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김 위원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국당 다음으로는 구독자 5500여명의 ‘정의당TV’가 다양한 영상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당 행사를 중계하고 정치현안에 대한 방송을 녹음파일로 올려놓을 뿐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당과 정책을 홍보한다. 약 77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민주당 채널과 2000여명이 구독하는 바른미래당 채널은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를 중계하고 각종 당 행사를 촬영해 올려두는 기록용 수준이다.

유튜브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도 동영상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튜브 채널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타깃을 정해 꾸준히 제작하기를 권하고 있다. 유튜브를 관장하는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채널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타깃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분석한 뒤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가치와 사안에 관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는 정치인 크리에이터만이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