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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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이젠 ‘예술’까지 넘보다 [S스토리]

기계학습 통해 새 이미지 형상화 / AI 미술 작품 전시회까지 열려 / 크리스티 경매에 초상화 출품도
“컴퓨터는 쓸모가 없다. 그것은 대답밖에 할 줄 모른다.”

20세기 유명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컴퓨터의 발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복잡한 연산식에 답을 내주는 컴퓨터가 창조적 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하지만 2016년 ‘알파고 쇼크’로 불리는 인공지능(AI) 기술 향상으로 피카소의 말은 점차 부정돼 가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에선 ‘AI 예술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8월25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지 ‘라이브민트’는 9월 중순까지 인도 수도 델리의 ‘나튀르 모르트’ 미술관에서 ‘경사하강법(Gradient Descent)’이란 이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전시회에는 인도 예술가 라가바 KK와 인도 경제학자 카르티크 칼리아나라만 형제가 이끄는 AI예술 연구그룹 ‘1/64’가 맡았다. 전시회에 등장한 그림은 인체 일부를 본뜬 듯 보이는 흐릿한 형상에서 강렬한 빨간색과 파란색의 원색을 대비시킨 추상화까지 다양하다.

이 전시회에 출품한 예술가들은 주로 인도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지인 방갈로르의 엔지니어들과 협업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하르시트 아가르왈의 ‘알고리즘 박사의 해부학 수업’은 예술가인 아가르왈과 방갈로르의 엔지니어 그룹인 ‘HCI’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아가르왈은 “이 작품을 위해 수술 관련 이미지 6만여개를 수집했다”며 “이 이미지들을 토대로 기계학습을 시킨 뒤 새로운 이미지를 형상화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8월22일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AI가 그린 초상화가 경매에 부쳐진다는 소식을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오는 10월 말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는 ‘에드몽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출품된다.

낙찰 가격은 약 7000파운드(약 1011만원)로 추산되는데, 이 그림의 하단에는 저자 이름 대신 복잡한 수식이 자리를 잡았다.

린지 그리피스 크리스티 경매소 판매 담당자는 “현재는 AI로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이 보기 드물고, 값비싼 기술의 영역에 있지만 앞으로는 널리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이미 카즈민은 “AI가 만든 미술품들은 예술의 근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며 “현재는 이 논의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정말 예술의 영역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