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부족이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집무실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각료회의도 몰래 녹음했다. 딘 러스크 국무장관은 “이 나라엔 리더십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심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경험 미숙 케네디가 촉발했던 피그스만 공격 실패와 쿠바 미사일 위기 때다.
세상 물정 모른 지미 카터 대통령도 한방 먹었다. 주한미군 철수 선거공약 때문이다. 주한미8군 참모장이던 존 싱글러브 소장은 1977년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미 2사단이 철수하면 한국 방위력이 약화돼 김일성이 또 남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문점 도끼만행 이듬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의 공약에 제동을 걸었던 것. 그는 백악관으로 소환됐다. 카터가 노발대발하면서 즉각 예편 조치를 지시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다른 장성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벌집이 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에 대해 “(주한미군 필요성에 대한)대통령의 이해도가 5,6학년 수준”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고참기자 밥 우드워드가 저서 ‘공포’를 통해 까발린 것이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멍청이. 우리는 미쳐 있다”고 했다. 보도가 되자 이들은 극구 부인했다. 어제 익명 기고자가 뉴욕타임스에 “대통령이 회의에서 고함지르고 부주의한 결론을 즉흥적으로 내린다”고 폭로했다. 백악관이 미쳐 있는데, 그에 목줄이 걸려 있는 다른 나라는 얼마나 애가 타겠나.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