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은 강력한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러시아는 해마다 ‘승리의 날(5월 9일)’ 열병식에서 최첨단 무기를 내놓는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였던 1945년 소련군이 독일 나치군에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등에 열병식을 열어 중장거리 미사일을 선보인다.
열병식은 정치적 성격도 지닌다. 국가지도자의 의도나 내부 권력 판도 변화를 가늠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 건군 90주년 열병식에서 장병들이 시진핑에게 기존의 ‘서우장 하오’(首長好·수장님 안녕하십니까) 대신 “주시 하오(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란 경례 구호를 붙인 것을 두고 그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권력서열은 열병식 때 단상의 어느 자리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드러난다.
북한이 내일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다. 올해는 북한에서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5년, 10년 단위)여서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평양 미림비행장 부근에서는 1만명가량의 군인들이 열병식 연습을 하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열병식에 ICBM이 등장하느냐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 2월 8월 인민군 창설 70주년 열병식 때는 ICBM급인 화성-12·14·15형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원재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