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대북 정밀타격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미국은 대북 공격을 검토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 ‘핵 벼랑에서의 나의 여정’에서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했을 때 군에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계획 입안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밀타격은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지 않을 것이고, 크루즈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미군 피해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영변을 “때리기 위해” 미 군함 33척과 항공모함 두 척이 동해에 대기 중이었는데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말렸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퇴임 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만나 “그때 미국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더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고 후회한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겪은 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핵 선제 사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존 볼턴 차관보가 북한이 이라크에 무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였다. 하지만 직접 공격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미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저서 ‘공포’에서 오바마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선제 공격했을 때 성공 가능성을 따져봤다는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때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북한 내 타격지점 6곳을 찍어놓았다. 벙커버스터를 이용한 타격이었다. 타깃은 핵시설이 아니라 김정은이 숨을 만한 지하공간이었다.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방사능 물질 확산 때문에 배제됐다. 이러한 내용은 한·미 간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모호한 말로 지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구체적이다. 미 해군이 지난해 10월 북한의 지형과 유사한 미주리주 오자크에서 공습훈련을 했다. ‘코피 전략’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미 민주당 의원 64명은 “대북 선제공격은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막후에서 벌어진 대북타격 계획을 들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국 대통령, 고도의 중재력과 협상력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이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