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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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톡톡] 한국은행 허수아비 만드나

당·정·청, 금리 관련 잇단 언급
최근 정부, 정치권에서 기준금리 훈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상 여부를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금유출과 한·미 금리역전,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국무총리가 사실상 금리 인상을 주문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금리인상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여파가 있겠지만, 우리는 또 다른 나라 환경과 다른 측면이 있으니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들 발언에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있던 그날 국고채 금리는 연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도 이 총리 발언 뒤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준금리는 정치적으로, 시류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팽창한 유동성이 부동산 앙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금리 인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한국은행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현상에 대응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리 변화는 거시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줍니다. 올해 들어 고려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은 한두 건이 아닙니다. 성장, 물가, 고용, 가계부채, 외국인 자금 유출입, 미·중 무역갈등의 확산 경로, 신흥국 위기 등 국내외적인 모든 상황이 불확실합니다. 경기와 물가 방향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생겼을 때 금리를 인상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수부진, 경기침체 등 지금보다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이진경 경제부 기자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대내외 여건, 특히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졌다. 연초부터 보건복지 강화가 현실화했고, 4월부터 신흥국 금융불안이 터져나왔다. 미·중 무역분쟁도 심화한 게 6월”이라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인사들은 금리에 관해선 내용이 무엇이든 언급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누가 물어보면 모범답안이 있습니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권한입니다.”

이진경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