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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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실패 박람회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에 담긴 뜻을 배웠고 그것을 디딤돌로 활용했다.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한 것이 내가 성공을 이룬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2000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전구를 발명했다. 에디슨은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전구를 만들 수 없는 2000가지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링컨과 에디슨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데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들의 도전 정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누구는 실패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지 못 한 채 낙오자가 된다. 반면 누구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곳곳에서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매년 10월13일 ‘실패의 날’ 행사가 개최된다. 국민 4분의 1이 지켜볼 정도로 관심이 높다. 학생·교수·창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실패를 축하해 준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실패를 기념하는 ‘실패 페스티벌’이 열리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 베네통은 청년 실업자를 후원하는 ‘올해의 실업자’ 캠페인을 진행한다. 스웨덴 헬싱보리와 미국 할리우드에는 ‘실패 박물관’도 있다. 여러 기업의 실패작 100여건을 모아 놓았다. 박물관을 만든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새뮤얼 웨스트는 “기업들은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고 비밀에 부친다”며 “실패를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야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패를 도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2018 실패 박람회’가 세계 최초로 오늘부터 16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슬로건은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다. 다양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다는 것이 행사 취지다. 이 박람회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