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던 다른 지인은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하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연고 없는 벽지에서 일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지방 출신인 그는 다니던 회사가 연고도 없는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니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못할 것 같아서 일을 그만뒀다. 서울 소재 다른 사기업에 취직한 그는 원하는 일을 하진 않지만 비교적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새 직장을 다니면서 상대를 만났고 내년에 결혼한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
공기업·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대표가 취임 후 화두를 던지면서 이전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책 없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비혼과 저출산을 더 가속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왜 비혼과 저출산을 심화시키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이 가면 젊은 사람들은 다 간다. 저출산과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왜 관련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앞선 사례들을 보고도 정말 연관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나야 갓난아이 울음소리도 더 자주 들리는 법이다. 그런데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주말커플, 주말부부를 양산한다.
사람이 많아야 연애 상대 찾기도 수월한데, 청년이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가면 짝을 찾기 더 막막해진다. 또 연애를 하더라도 커플 중 한 명의 직장이 서울에서 갑자기 지방으로 옮겨지면 그 연인의 지속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주말부부가 될 수밖에 없다. 주말부부는 ‘독박육아’가 될 가능성이 커져 둘째, 셋째 아이를 가지려는 엄두를 못 낸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인해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가 열린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가가 강제로 직장을 옮겨버리는 건 개인에게 너무나 폭력적인 방식이다. 누군가의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정책들은 좀 더 신중히,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