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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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파도소리·별빛 벗삼아 등대夜∼ 놀자

문화·예술 ‘핫플레이스’된 등대
멀게만 느껴졌던 등대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 바다, 섬 여행이 활성화하면서 등대는 해양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야간에 강렬한 불빛을 발해 선박에 육지가 있는 곳, 항만, 원근(遠近), 암초와 같은 위험한 곳 등을 알려주던 등대는 이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이요 축제와 예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등대로 떠나자…작년 8개 등대에만 437만명 찾아

남해안의 대표적 등대로 꼽히는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 등대는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어울려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100년이 넘은 등대가 있는 소매물도 등대섬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요즘도 연간 10만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등대를 배경 삼아 추억을 만든다. 지난해에는 12만3806명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9만5415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유인등대 38개소를 비롯해 무인등대까지 총 1000여개의 등대가 바닷가나 섬, 항구 등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등대를 방문한 관광객 집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해수부로부터 해양문화공간으로 지정된 부산 영도등대와 제주 우도등대, 인천 팔미도등대, 여수 오동도등대, 마산 소매물도등대, 동해 묵호등대, 속초등대, 울산 간절곶등대 등 8개 등대의 관광객은 지난해 437만5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지금까지 300만명에 넘는 관광객이 이들 8곳의 등대에서 파도와 밤하늘의 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8개 등대를 제외한 다른 등대까지 합치면 등대 관광객은 그야말로 엄청난 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등대가 동·서·남해안의 주요 관광명소로 명실공히 자리 잡은 것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포항 구항 방파제에 사랑고백등대를 설치해 연인들로부터 사랑고백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제공

◆‘등대 스탬프 투어’를 떠나자…등대에서 1박2일 숙박도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자 해수부가 등대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포항 호미곶등대를 비롯해 전국 15개 등대를 선정, ‘등대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15개 등대의 정보를 담은 여권형 안내 책자(등대 여권)를 제작했다. 관람객들이 등대 여권을 가지고 해당 등대를 방문하면 등대모형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 준다. 4곳 이상의 등대에서 도장을 받아 포항의 국립등대박물관을 찾으면 기념 메달을 증정한다.

지난 3월에는 첫 15개 등대 완주자가 탄생했다. 전남 여수에 사는 정종래(58)·백현희(55)씨 부부가 화제의 주인공. 이 부부는 지난해 말 제주 마라도등대를 시작으로 100여일 동안 전국의 15개 등대를 찾아다닌 끝에 지난 3월3일 옹도등대를 마지막으로 15개 등대를 모두 방문했다. 등대스탬프 투어를 완주하고 15개의 등대가 각각 새겨진 메달 15개를 받았다. 명예 등대원으로 임명된 정씨부부는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항로표지협회 콘퍼런스에 초대되기도 했다.
울산 간절곶등대

등대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숙소로 등대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부산 가덕도등대, 제주 산지등대, 강원 속초등대, 여수 거문도등대, 울산 간절곶등대 등 5곳이다. 간절곶등대의 경우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 상시 개방하고 있는데 한번에 최대 12명까지 숙박할 수 있고, 숙박기간은 1박2일이다. 간절곶등대는 지난해는 평일 6대 1, 주말 22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이달 말까지 모두 1800여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다.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자 지자체들도 등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경북도는 경관이 뛰어난 동해안 등대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2021년까지 768억원을 투입기로 했다. 김세환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등대와 주변 공간을 휴식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고 다시 찾고 싶은 명소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울주군 서생면 대송항에 세운 프로포즈등대.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제공

◆문화·축제·예술의 중심지 ‘등대’

등대가 음악회, 공연, 문학, 축제의 중심이자 장(場)이 되고 있다. 오는 20일 포항 국립등대박물관과 호미곶등대 일원에서는 ‘제24회 호미바다예술제’가 열린다. 묵호등대에서는 지난달 관광객과 추석 귀향객을 대상으로 ‘2018 묵호등대 음악회’가 개최됐다. 지난 6월에는 ‘제2회 묵호등대 논골담길 축제’가 열렸다. 속초등대에서도 지난달 등대음악회가 열렸다. 지난 5월에는 ‘속초등대 힐링콘서트’가 개최되기도 했다. 동해안 절경에 위치한 아름다운 등대들을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마련된 음악회다.
강원 동해문화원이 지난달 22일 동해시 묵호등대 광장에서 관광객과 추석 귀향객을 대상으로 ‘2018 묵호등대 음악회’를 개최했다. 동해시 제공

여수 오동도등대에서도 최근 ‘가을, 추억을 말하다’란 주제로 예술제가 개최됐다. 가을 향기를 등대의 풍경과 함께 음악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오동도등대 예술제는 평소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팔미도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초·중생을 대상으로 해양체험교실 프로그램이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90여명의 학생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유람선을 타고 팔미도등대와 해양역사·유물 등이 전시된 역사관을 관람했다.

간절곶등대에서는 5년여 전부터 문화예술공연이 열리고 있다. 등대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음악 등을 즐기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열렸던 ‘간절곶등대 콘서트’는 국악 관현악과 창작무용 등 다양한 공연으로 꾸며졌다. 울산해수청은 이달 말에도 콘서트를 개최한다. 부산에서는 지난 8월 말∼9월 초 열흘간 부산 바다와 이색등대를 배경으로 한 인생 샷을 제공하는 ‘부산 등대 오픈 스튜디오’가 운영됐다. 등대 오픈 스튜디오 운영은 동부산 해안에 있는 젖병등대, 월드컵등대, 야구등대, 물고기등대 등 독특한 디자인의 등대 관광콘텐츠를 알리고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항·울산·통영=장영태·이보람·안원준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