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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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자율주행차 개발… 데이터 공유 자산될 것”[차 한잔 나누며]

‘제로셔틀’ 개발 총괄… 차세대융합기술硏 김재환 박사
지난달 4일 국내 처음으로 일반도로를 달린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은 경기도의 지원으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오랜 연구 끝에 탄생시킨 인공지능(AI)의 집합체다. ‘제로셔틀’은 운전자 없이 도로상황과 주변 자동차와의 관계 등을 스스로 판단해 달리는 ‘로봇 자동차’다. 이 ‘로봇 자동차’는 대학에서 자동차공학 전자제어시스템을 연구하던 한 젊은 공학도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서울대와 경기도의 공동출자법인인 차세대기술연구원에서 제로셔틀 개발 총괄책임을 진 김재환(48) 박사다.

김 박사는 1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꼭 자동차라기보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바퀴 달린 로봇을 연구·개발할 생각이었다”며 ‘제로셔틀’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인 AI 기술 선점의 필요성을 인식해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정부보다 앞서 제로셔틀의 개발을 의뢰한 경기도의 ‘선견지명’도 강조했다.

제로셔틀이 한국보다 10여년 일찍 연구·개발에 나선 구글 등 선진국의 자율주행차와 다른 점은 바로 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 먼저 자율자동차 개발을 위한 제도 틀을 만든 것이라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R&D에 나서면 이는 곧 ‘기업의 자산’으로 연결된다”며 “이에 따른 모든 데이터와 기술이 사적 이익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반면에 “경기도와 같은 공공기관이 R&D를 시작하면 관련 데이터 소유가 공공으로 넘어가 민간 분야에서 언제나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성된다”며 “이 제로셔틀 개발에 활용된 데이터가 민간에 오픈소스로 제공되면 기업 등의 참여가 이어지고 관련 분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의 장점이 있어 그 차이가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재환 박사가 12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차세대융합기술원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제로셔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제로셔틀의 기술력을 구글 자율자동차의 60% 수준 정도로 본다는 김 박사는 “비록 원천기술 부분에서는 뒤처졌지만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데 그다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글은 기업인 만큼 앞선 기술력을 실증할 공간이나 제도 마련에 한계가 있지만, 제로셔틀은 경기도에 의해 이미 실증단지가 만들어지고 운행과 관련한 법령 등 제도적 난제가 곧바로 해결되면서 기술 축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논거다.

이 실증단지가 제로셔틀의 일반도로 처녀운행을 가능하게 한 ‘판교 제로시티’다. 판교 제로시티는 민간 주도의 과학기술과 산업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43만㎡ 규모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다. 이곳에는 자율자동차 운행을 위한 인프라가 깔려 있어 이미 100대 이상의 자율자동차를 만들어 도로에 내보낸 뒤 단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글과 차원이 다른 실증이 이뤄진다.

인프라를 이용한 대표적 기술은 ‘V2X(Vehicle to Everything)’다. 김 박사는 ‘차량과 사물 간 통신’을 뜻하는 V2X는 차량통신기술로 세계 처음 제로셔틀에 도입됐다고 했다. 통합관제센터에서 제로시티 내 교통인프라에 설치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교통신호정보나 교통량, 무단횡단 등 얻은 교통정보를, 제로셔틀이 V2X로 전달받는다. 제로셔틀은 이 정보와 자체 라이더와 레이더, 카메라, GPS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합산해 최종 운행결정을 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다른 자율주행차는 인프라를 통한 정보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대응이 늦고 제로셔틀에 비해 판단도 부정확하다”며 “제로셔틀이 안전성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이런 배경 덕분에 2025년까지는 적어도 제로시티에서는 시속 60㎞의 자율자동차가 ‘셔틀’이 아닌 일반 자동차로 운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이 참여해 운행을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필수라는 말도 그는 잊지 않았다.

김 박사는 자율주행차로 라이프 스타일에 혁명과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지금은 차로 집을 나서면서 이동시간과 주차공간 등을 계산해야 하는데 자율주행차로 이 같은 걱정이 줄어드는 대신 차 안에서 회의도 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새로운 삶이 만들어진다”며 “자율주행차로 더는 자동차가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전환되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