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 시 신청자의 이름을 함께 밝히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를 처음 도입했다. 국감 증인을 부르는 이유를 명확하게 하고 무더기 증인 신청을 막아 조금이라도 내실 있는 국감을 해보자는 취지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정감사 갑질 경계령도 내렸다. 그만큼 이제는 국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 풍경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 10일 국감이 시작된 후 사흘 동안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고성이 오가는 정쟁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애초 기대했던 생산적인 국감 현장은 찾기 어려웠다. 법사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 관련자 사면·복권 검토 발언’ 등을 놓고 사흘 연속 파행했다. 정무위, 교육위 국감도 고성과 정회 요청으로 소란스러웠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네탓 공방’은 여전했고 소모적인 기싸움만 이어졌다.
증인에게 호통치는 ‘군기잡기 국감’도 변하지 않았다. 선동렬 야구 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한 1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봉을 얼마나 받으세요? 판공비는요? TV 보면서 하십니까” “사과하거나, 사퇴하세요. 지난 한 달 동안 관중 20%가 줄었습니다. 선 감독 때문에”라고 맥락 없이 호통을 쳤다. 당초 선 감독이 병역특례 논란으로 여론 질타를 받았으나, 국감장에서 오고간 문답 내용이 알려진 뒤에는 되레 손 의원이 역풍을 맞고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퓨마와 닮았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벵골 고양이를 들고나온 것은 관심끌기쇼라는 비판을 받는다. 파행과 이벤트로 점철된 올해 국감도 ‘맹탕’이라는 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