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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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실업야구팀 부활 땐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김용철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장 / 해마다 1000명 학생 선수 배출 / 프로 진출 10%뿐… 국가적 손해 /‘백수’ 후배 많아 리그 출범 올인 / 건설·철강 등 54개 기업과 접촉 / 2019년 봄 적어도 8개팀 창단할 것 / 활성화 땐 ‘국대’ 선발 잡음 차단
지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두고 논란이 많다. 대표팀이 프로선수로만 구성되면서 병역특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는 한국 야구가 프로로 집중된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매년 1000명 가까운 학생 선수들이 배출되지만 이 중 프로가 되는 선수는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학교를 떠나면 야구를 할 기회가 없다. 결국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을 뽑을 때도 프로구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용철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실업야구리그 창설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를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김용철(61)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장이다. 과거 프로야구 롯데의 원년 멤버이자 4번 타자였고 2003년에는 롯데 감독대행까지 지낸 그는 2014년 방송해설위원을 끝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항상 야구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다문화야구연맹 회장을 맡아 중국과 베트남 출신 등 다문화 유소년들에게 야구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금도 대구와 부산에서 다문화 유소년 야구팀에 80여명이 속해 있다. 김 위원장은 “후원처를 찾아다니느라 바쁘게 살았심더”라며 서글서글한 부산 사투리와 함께 푸근한 미소를 띄웠다.

김 위원장의 야구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2년 전부터 김응용 한국야구소프트볼연맹(KBSA) 회장과 함께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한국 실업야구의 부활을 고민해 왔다. 1970년대 11개 구단이 리그를 이뤄 전성기를 구가했던 실업야구는 1982년 프로야구 탄생과 함께 위축됐고, 그나마 유지되던 명맥이 2003년 제일유리의 해체로 사실상 끊겼다.

이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여온 김 위워장의 노력이 드디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지난달 12일 한국노총, KBSA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업야구팀 창단 업무 협약식’을 갖는 등 실업리그 부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내년 봄엔 적어도 8개 실업야구팀을 창단해 리그를 시작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실업야구 리그 부활을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그는 “건설, 철강, 금융계 등 54개 기업과 접촉했다”면서 “10월에는 창단 기업을 확정하고 11월 선수 선발을 위한 합동 트라이아웃을 가진 뒤 내년 3월 리그 출범이 목표다”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또한 전국체전에 우선 시범경기로 합류한 뒤 17개 시도 대표가 될 수 있는 17개 구단 이상이 생기면 정식 종목으로 참여하겠다는 복안도 있음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실업야구 부활에 애쓰는 이유를 묻자 대뜸 “야구 후배들 중에 백수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는 “1년에 100명이 프로에 지명되지만 100명은 또 퇴단된다. 프로구단은 선수 수를 유지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라고 야구 선수들의 냉혹한 취업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인력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이기에 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싶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 본인도 1976년 부산상고(현 개성고)를 졸업하고 실업야구단 한일은행에 입단해 야구 실력이 일취월장했던 기억이 있기에 프로에 가지 못했다고 야구인생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크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실업리그가 활성화된다면 앞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실업팀 위주로 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메달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지금 같은 논란도 사라지지 않겠나”라고 되묻는다.

김 위원장은 실업야구 활성화가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과 맥이 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실업리그 선수들은 경기가 없을 때는 일반 직장인으로 생활하게 된다. 선수들도 실업팀에서 은퇴한 뒤에는 사회인이자 직장인으로서 생활하기 위한 재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정부도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중 하나로 실업야구단 창단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실업야구 창단 기업에 세제 지원 등 정책적 보조가 있으면 더욱 빨리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정책당국의 관심도 기대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