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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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가을 뜨겁게 달군 소년원 학생들의 함성

 올해 7월부터 법무부 읍내정보통신학교(대구소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윤모(18)군은 ‘간헐성 외사시’라는 독특한 질환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집중하면 사물이 하나로 보이지만 긴장을 풀면 사물이 다시 두 개로 보이고 그로 인해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올여름 안과에 외진을 갔다가 의사로부터 ‘간헐성 외사시‘라는 진단을 처음 들었다.

 윤군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 어머니 혼자 윤군과 동생을 키우고 있고 집을 나간 아버지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소년원에 와서야 왜 그동안 어지러웠는지 알게 되었지만 ‘간헐성 외사시‘에 필요한 특수안경이 비싸다는 이야기에 어머니한테는 말도 못 꺼냈다. 안경을 맞출지 말지 고민하며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런데 최근 소년보호위원과 안경점 사장 등의 후원으로 특수안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까지 온 나한테 이렇게 잘 해주다니’ 하는 생각에 윤군이 눈물이 핑 돌았다. 주변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까지 삐뚤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진 것이다. 이제 두통이 없어지고 더 이상 어지럽지도 않은 윤군은 17일 읍내정보통신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18 푸르미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윤군처럼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지닌 소년원학교 학생들이 대구에 모여 단체 운동경기를 통해 정정당당한 승부정신과 협동심을 길렀다. 1973년 시작해 올해로 38회째를 맞이한 푸르미 한마음 체육대회는 전국 소년원학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소년보호위원 등 자원봉사자가 한마음이 되는 화합과 나눔의 장이다.

 대회를 앞두고 최근 특수안경을 후원받아 건강을 되찾은 윤군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체육대회가 열린 운동장의 응원석에 앉은 윤군은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과 감사의 마음이 쌓였다”며 “힘껏 소리치며 친구들과 선생님, 위원님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강호성 국장, 소년보호위원 전국연합회 안윤근 회장 등 400여명이 체육대회에 함께했다. 강 국장은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 말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꿈꾸는 사람이 되어라"고 격려했다. 안 회장도 참가자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소년원 학생들이 힘을 얻는다면 진정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소년원학교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 교과교육과 다양한 직업훈련, 인성교육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1400여명의 소년보호위원이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며 “위원들은 개별적으로 상담과 후원을 하고 체육대회, 체험학습 등 외부활동을 함께하며 학생들의 인성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