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교육 당국의 비교육적인 ‘학교 밖 청소년 현금 지급’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학교를 떠난 청소년(만 9∼18세)들에게 매월 2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원비, 책값, 중식·교통비 등 명목으로 ‘교육 기본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면 비행을 저지르거나 취약 계층으로 전락해 사회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아이들에게 20만원씩 주면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교육청과 연락을 이어가고, 아이들의 소재를 국가가 파악해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청의 기대다. 교육청은 내년 최대 5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하고 결과가 좋으면 이후 전체 ‘학교 밖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다른 시·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용처를 교재·도서 구입비, 온라인 학습비와 학원 수강료, 진로 계발을 위한 문화체험비, 기본 생활보장을 위한 중식비·교육비 등으로 제한한다면서도 현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사후 확인은 않겠다고 한다. 교육청은 학업 의지를 심사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더 왜곡시킬 뿐이다.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서울에서만 매년 1만 여명이다. 1년치 수당이 240억원 이상이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이 3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을 위해서라면 대안학교 등을 만들어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예산을 써야지, 아이들에게 현금을 주면 교육 효과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 현금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은 그 아이들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 청소년들이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발상은 자칫 이들을 학교로부터 더욱 멀어지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세금 낭비이자 비교육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구나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은 교육청이 아니라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시교육청은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당 정부 부서와 협의조차 없었다. 이런 졸속 정책은 당장 백지화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