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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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교통公 채용비리 의혹, 검경 수사 필요하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어제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감이 기-승-전-교통공사 의혹으로 흘러간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도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되는 정규직 전환자 108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직권면직 등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공사에는 2개의 노조가 있다. 한노총 소속의 통합노조와 민노총 소속의 서울교통공사노조다. 이 중 통합노조가 소매를 걷어붙일 정도로 불길이 크게 번지고 있다.

통합노조가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108명’은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공사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이미 확인된 인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지만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많다. 공사는 3월 정규직 전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직원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친·인척 재직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가족·친척 등의 우대 채용을 금지하는 공사 인사 규정에 반하는 엉터리 전환은 최소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 산하 노조는 전 조합원에게 “거부하라”는 공지문을 보냈다. 조직적인 조사 방해 정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노총 산하 노조는 또 7월 처음 치러진 정규직 전환 시험에 앞서 전원 합격 보장을 요구하다 시험을 사실상 보이콧하는 행태도 보였다. 그 이후 7월 시험 합격률이 93%를 웃돌자 노조는 올해 안에 추가 시험 실시를 요구했다. 애초에 내년 하반기 실시를 계획했던 사측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조 면담을 한 이후인 지난달 21일 노조 요구에 응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노조가 친·인척 고용 실태 조사를 막고, 인사 행정도 좌지우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공기업 취업을 위해 수많은 이력서를 써 온 취업 준비생들은 의혹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피눈물을 흘리게 마련이다. 의혹 인사에 힘깨나 쓴 장본인이나 조직은 일단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해당 노조 측은 “불순한 의도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채용비리, 고용세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발끈했다. 박원순 시장은 어제 국감 문답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혹을 덜기에 충분한지 의문이다.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