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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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편익 vs 택시업계 수익…정부 중재 과연 먹힐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카풀(승차공유)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 목적지나 방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국내에선 각종 규제와 업계 잡음 등으로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세계적인 승차공유 업체 우버가 2013년 8월 자가용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서울시와 마찰로 약 1년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고, 콜버스(CALLBUS)는 2016년 7월 전세버스를 활용한 심야 운송 서비스를 내놨다가 규제 탓에 주력 사업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카풀 갈등의 시발점에는 출퇴근 시간대 택시 수급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 시간대엔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택시가 부족하다 보니 카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보기술(IT) 업계 주장과 생존권 보장을 내세우는 택시업계 입장이 정면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카풀 서비스가 확대되면 택시업계 수입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편익을 도외시 한 채 택시업계의 입장만 수용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당국이 서비스 수요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익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 편익 증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소비자 편익이 높아진만큼 기존 사업자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면 일정 수준의 보상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카풀 서비스 확대로 발생하는 카풀업계 수입의 일정 부분이 택시업계 수입 감소 보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카풀업체와 택시업계, 정부, 시민간 대화 창구 개설이 필요합니다.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을 일삼기 보다는 서로 간극을 좁혀가는 화합의 소통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1대의 승용차에 같이 타고다니는 것을 뜻하는 '카풀(car pool)'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양측의 획기적인 타협안이 나오지 않은 한 연내 서비스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카카오 측도 정식 카풀 서비스 출시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식 카풀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택시업계 반발이라는 난관에 부딪쳐 추후 나올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카카오가 출시할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이나 심야 시간대 승차 공유를 원하는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형태로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서울시가 승차 공유 업체 풀러스의 서비스 제공시간이 24시간으로 변경되자 이를 막기 위해 수사까지 의뢰했던 전례가 있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는 24시간동안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기사 분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서비스 기획을 우리가 할 이유가 없다"며 "자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택시가 안 잡히는 순간, 안 잡히는 이들에게만 카풀 서비스를 매칭할 예정이라 (택시기사분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카플 부분적 허용 검토…전업화는 금지

정부는 최근 카풀 허용 논란과 관련해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대를 특정하지 않고, 횟수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통근 시간대 조사결과 현재 통용되는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와 퇴근 시간대(오후 6∼8시)의 비중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근무제 시행과 자영업자 증가 등으로 출퇴근 시간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출퇴근 시간에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 범위를 정하는 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카풀 기사가 택시기사처럼 전업기사로 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 직업이 있는 경우에만 카풀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출퇴근 시간대 택시 부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현실을 고려하면,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카풀 제도를 법 취지대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카풀이 전업화 되는 것은 엄격하게 막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들 "밥그릇 챙기기 아닌 승차거부, 난폭운전부터 바로 잡아야"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중재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택시업계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 택시업계는 현행법상 합법인 카풀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중재안 대신 국회 입법을 통해 카풀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는 공급과잉 시장에 카풀이 들어오면 택시기사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카풀을 아예 불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제출된 카풀 관련 법안 가운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제1항1호를 아예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카풀업계는 관련 조항을 근거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보니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승차 공유에 대한 정의, 카풀 운영 횟수 등을 규정한 교통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활성 방안을 마련해 왔으나, 최근 카풀 논란이 심화되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시민들은 카카오의 카풀 사업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이 운행 중단과 함께 카카오와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것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등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택시 기본요금이 내년부터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르고, 심야할증 시간도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당겨질 수 있기 때문.

이처럼 택시업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보니 국회에 '카풀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