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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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정부 결탁… 미소 띤 채 시민 억압하는 미국판 파시즘

버트럼 그로스 지음/김승진 옮김/현암사/3만2000원
친절한 파시즘/버트럼 그로스 지음/김승진 옮김/현암사/3만2000원


제1세계로 일컫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새로운 유형의 파시즘이 활개치고 있다. 뉴파시즘은 전통적인 정치적 문화적 유산을 가장해 공식적인 정치구조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뉴파시즘은 극히 현대적이고 다인종적이다. 저자는 이를 미소를 띤 파시즘, 즉 ‘친절한 파시즘’으로 이름 붙였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력이다.

미국에서는 거대 기업-거대 정부 연합이 한층 더 집중적이고 억압적이다. 극히 군사적이고 가차 없는 통제를 행사하는 파시즘이다. 뉴파시즘은 울트라리치와 기업 실질 지배자, 그리고 정부 핵심 인사들의 특권을 보호한다. 이를 위해 다른 이들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현대정치 구조 연구에 평생을 바친 시라큐스대학원 행정학과 버트럼 그로스(Bertram Gross)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을 정확히 예견한 학자로 유명해졌다.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기득권은 거부, 기업 경영자, 정치인, 전문가 등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이 네트워크는 국제적으로 연결되어 자본과 권력을 계속 축적한다. 이들을 떠받치는 과학기술 산업계, 대학과 연구 기관, 재단 등이 기득권의 하층을 구성한다. 이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점점 더 기득권 상층부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며 반사이익을 얻는다.

기득권층 인사들은 자유, 해방, 민주, 인간적 가치, 인권 등의 미사여구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실업, 인플레, 전쟁의 피해를 전가한다. 또 미디어를 통해 생각을 조작하고 약물과 광신적 종교 등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정신을 관리한다.

옮긴이는 “친절한 파시즘 쪽으로 몰고 가는 지배적인 논리는 폭력과 전쟁이 아닌 모든 방식을 동원해 대중을 지배하는 것”이라면서 “그리스, 스페인 등에 강성 좌파 정당이 부상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에서 진보적 정치인이 대중적 호소력을 얻고 있다”고 풀이한다.

결국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치인, 기업인, 기득권 학자, 언론들은 그들의 카르텔을 형성해 국가를 지배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은 미국 등 서구만이 아니다”면서 “대중 운동이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