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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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음주운전

군인 윤창호(22)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2시 부산 해운대 횡단보도에서 친구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검사, 대통령이 되려던 청년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윤씨 친구들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에 34만여명이 서명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윤창호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고, 이에 공감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곧 법안을 대표발의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며칠 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음주운전 초범 처벌 강화와 재범 방지책을 지시했다.

나라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음주운전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첫 적발에도 징역 6개월이 선고되고, 노르웨이는 2회 이상이면 평생 면허를 취소시킨다. 독특한 경우도 있다. 터키는 30km 떨어진 곳에 음주운전자를 내려주고 집까지 걸어오게 한 뒤 구속한다. 호주는 운전자 이름을 신문에 공개해 톡톡히 망신을 준다. 극단적이지만 엘살바도르와 불가리아는 음주운전을 살인사건에 준하는 범죄로 여겨 각각 총살형, 교수형에 처한다.

음주운전은 습관이라고 봐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2017년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6만3685건 중 44%에 달하는 2만8009건이 재범이었다. 지난해 음주운전 5회 이상 상습범이 6712명, 10회 이상이 348명이란 점을 봐도 그렇다. 대리운전을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두 번까지는 초범으로 간주한다. 3회 이상 적발돼야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재범률을 높이는 것은 아닐까.

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피해 가정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아직도 ‘술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것’,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음주운전=패가망신’이라는 등식이 먹혀들게 만들어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는 방안은 서둘러 실행하자. 이참에 음주운전 사범을 특별사면해 주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