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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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한·중 장기 32개 기물 사용… 포진법도 유사

나라별 장기 어떻게 다르나 / 中 샹치, 왕말에 초·한 아닌 장·수 표기 / 장기판 한가운데 ‘장강’ 가장 큰 차이점 / 日 쇼시, 기물 40개로 韓보다 8개 많아 / 서양 ‘체스’처럼 기물 점 아닌 칸에 놓아
한·중·일 장기는 세 나라 문화가 그렇듯 얼핏 비슷해 보이면서도 곳곳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모두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만든 장기인 ‘차투랑가’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각 나라별 특색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국의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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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 장기 ‘샹치’는 우리나라 장기와 외견이 매우 흡사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총 32개 기물이 사용되며 포진법이 거의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장기판 한가운데 ‘장강’이 있다는 점과 ‘포(砲)’가 상대방 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象)’은 장강을 건너지 못해 상대방 진영으로 진출이 불가능하며 ‘졸(卒)’과 ‘병(兵)’은 장강을 건너야 비로소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상치의 포는 상대방 기물을 먹을 때만 다른 기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 샹치 대국시간이 평균 10분 이내로 비교적 빠른 것은 포를 수비용으로 쓰기 어려워서다. ‘마(馬)’와 상의 배치를 원하는 대로 놓아 ‘원앙마’와 ‘귀마’, ‘양귀마’ 등 다양한 포진이 가능한 우리나라 장기와 달리 샹치는 무조건 ‘마상상마’ 배치만 쓴다. 왕(王)말에 쓰인 한자가 ‘초·한(楚·漢)’이 아닌 ‘장·수(將·帥)’인 점도 다르다. 차례를 넘길 수 없으며 수가 막힌 쪽이 패배한다.

중국 장기 ‘샹치’는 장기판 가운데 장강이 있다.
일본 장기 ‘쇼기’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 일단 기물이 40개로 우리나라 장기보다 8개가 더 많다. 서양 장기 ‘체스’처럼 장기판에 궁성이 없고 기물을 점에 놓지 않고 칸에 놓는다. 쇼기의 왕말인 ‘옥장(玉將)’과 ‘왕장(王將)’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일본 장기 ‘쇼기’는 점이 아닌 칸에 장기말을 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장기와 차이가 있다.
장기의 ‘차(車)’와 쓰임이 같은 ‘비차(飛車)’, 체스의 ‘비숍’처럼 대각선으로 이동이 가능한 ‘각행(角行)’, 여섯 방향으로 한 칸씩 움직이는 ‘금장(金將)’, 다섯 방향으로 한 칸씩 움직이는 ‘은장(銀將)’ 등 기물이 있다. 마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계마(桂馬)’도 있으나 체스처럼 다른 말을 뛰어넘을 수 있고 오로지 적진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좌우 이동이 불가능한 ‘향차(香車)’도 전진만 가능하다.

쇼기는 또 왕장과 금장 이외의 말이 적진에 들어갔을 때 행마법이 달라지는 ‘승격’시스템이 있다. 비차가 승격해 ‘용왕(竜王)’이 되면 대각선으로 한 칸씩 더 이동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본래 말을 뒤집으면 승격된 말이 나온다. 승격이 무조건은 아니지만 일단 승격하면 되돌릴 수 없다.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우리나라 장기와 다른 부분이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