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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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왜 연기?…"北비핵화 견인"

을지프리덤가디언·해병대연합훈련 등 4개 훈련 중지 또는 연기
美 "북한문제에 외교적 기회 제공"…"내년 키리졸브 등도 조정가능성"
한미 국방부가 1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연기를 합의한 데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는 북미 협상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미국 전략무기인 스텔스 전투기까지 참가해 공세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함으로써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한편 북미 외교적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 공군의 연례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국 유타주 힐 공군기지의 제34전투비행단 소속 F-16 `파이팅팔콘`과 F-35A `라이트닝 2` 들이 지난 3일 군산공군기지에서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2017.12.4 [미국 7공군 제공=연합뉴스]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 결정은 1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발표됐다.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 참석한 정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회의 첫날인 19일 한미 국방회담을 통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과 맥을 함께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군 당국이 올해 계획했던 마지막 대규모 연합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연말까지 대규모 연합훈련은 없다.

사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해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이 포함된 전투기와 폭격기 수백대가 참가하는 한미 비질런트 에이스가 개최될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작년 비질런트 에이스 때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한미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는 남북 관계의 맥락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바탕으로 각종 긴장완화 조치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는 남북 군사합의의 순탄한 이행에 동력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그리고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하지 않음으로써 모두 4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중지됐거나 연기됐다.

앞서 지난 8월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현재로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로 북한 비핵화 촉진을 위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조가 재차 확인됐다.

그러나 한미 군 수뇌부의 이런 결정은 우리 군 실무진 기류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실제 공군작전사령부는 지난 19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비질런트 에이스는 12월 첫째 주 예정"이라고 보고했고, 한미 공군의 협의로 내실 있게 시행하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왕근 공군참모총장도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를 예정대로 하느냐'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 "한미가 협조해 결정할 계획이다. 아직 결정이 안 됐다"라면서 "다만, 연합훈련은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공군 입장에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20일 "공군작전사령부의 국감 업무보고 자료는 이전에 작성된 것"이라며 "작전사급 부대다 보니 해마다 하는 연례훈련이라서 하던 대로 업무보고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이다. 작년 12월에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이 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부터)이 1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이와야 타케시 일본 방위대신과 한ㆍ미ㆍ일 국방부 장관 회의를 하고 대북정책 공조, 지역 안보협력, 3국 안보협력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19 [국방부 제공]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예정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 시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대 연합훈련 중 하나인 KR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다. 훈련 형태는 전구(戰區·Theater)급 지휘소연습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모의 워게임(war game)이 주를 이룬다.

한국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본부, 작전사령부급 부대를 비롯한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미국 태평양사령부 등이 참가한다. 주로 위기관리 절차, 전시전환절차, 작전계획 시행 절차 등의 숙달이 핵심이다. 지난해 1만여 명의 미군 병력(해외 증원군 포함)과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참여했다.

독수리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을 말한다. 최근 연합기동훈련, 해상전투단훈련, 연합상륙훈련, 연합공격편대군훈련 등 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한미 간에 구체적인 대화는 없다"면서도 "남북 및 북미관계 여건에 따라 훈련 일정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