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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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마더 테레사…알렉산더 대왕… 수많은 동상에 시선 고정

⑨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2000년 전통 유적도시…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전쟁·자연 재해에 구시가지 소실·재건 반복/1963년 대지진의 악몽… 5시17분에 멈춘 기차역 시계/거리마다 불쑥 솟은 동상들… 왠지 모를 허망함이
스코페 구시가지 올드 바자르는 국가 랜드 마크로 보호받고 있는 시장이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떠나 마케도니아로 향한다.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 예상보다 일찍 국경선에 도착했다. 소피아를 떠난 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여권을 확인받고 마케도니아로 들어선다. 국경에서 1시간30분쯤 더 달려 마케도니아 공화국 수도 스코페에 도착했다. 발칸반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2000년 전통의 유적 도시 스코페는 인구 약 100만명으로 마케도니아의 정치, 경제, 교육 및 문화 중심지다.
스코페 구시가지 ‘올드 바자르(Old Bazaar)’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동상들이 세워진 넓은 대리석 광장이 나타난다.

바르다르강 연안 스코페 분지에 위치한 스코페는 고대 로마 시대에 건설돼 세르비아,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등의 지배를 받아오다 1944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구성국인 마케도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이 만들어지면서 수도가 됐다.
스코페 도심 모습.

이름도 익숙지 않은 낯선 도시, 스코페에 도착하니 현대 도시라기보다는 웅장한 고대 도시를 보는 듯하다. 고대 도시로의 여행은 잠시 미루고 먼저 테레사 수녀 기념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느 방향인지 도움을 받기 위해 입마개를 한 반려견과 함께 산책 중인 사람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준다. 안내한 방향으로 조금 걸으니 테레사 수녀 기념관이 나타난다. 기념관은 2009년 1월 30일 개관해 테레사 수녀에게 헌정됐다. 테레사 수녀는 1910년 8월 27일 태어나 다음 날 아녜저 곤저 보야지우라는 본명으로 ‘예수 성심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녀가 세례를 받은 예수 성심 성당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마케도니아 정부가 기념관을 세웠다.
스코페 구시가지 올드 바자르는 국가 랜드 마크로 보호받고 있는 시장이다.

기념관 앞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이 기도하듯 고개를 숙여 묵념하는 모습과 거리 벤치에 술이 취한 듯 잠을 자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그녀의 사랑이 필요한 걸까?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길을 따라 걸으니 큰 서점이 보인다.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스코페 관광안내 책자를 사들고 다시 길을 따라나선다. 
발칸반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2000년 전통의 유적 도시 스코페는 인구 약 100만명으로 마케도니아의 정치, 경제, 교육 및 문화 중심지다.

스코페는 바르다르강을 따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구시가지 ‘올드 바자르(Old Bazaar)’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동상들이 세워진 넓은 대리석 광장이 나타난다. 동상들 사이로는 많은 개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커다란 개들이 햇볕 드는 광장 대리석에서 졸고 있거나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어슬렁거린다. 훈련받은 듯 이방인들을 보고 짖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이 독특했다. 관광지를 설명하는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주인이 있는 반려견들은 주인이 관리하고 그렇지 않은 개들은 시청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거리 개들의 귀에 달려 있는 예방접종 및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띄었다.
스코페 도심엔 많은 개들이 돌아다닌다. 거리 개들의 귀에 달려 있는 예방접종 및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띈다.

광장을 지나고 강을 건너 다시 좁은 거리로 향한다. 올드 바자르다. 국가 랜드 마크로 보호받고 있는 이 시장은 1555년과 1963년 각각 발생한 지진과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부서져 크게 손상됐지만 그 후 여러 차례 재건됐다. 오늘날에는 마케도니아의 대표적인 문화기념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내 거리를 따라 걸으니 오스만 건축 양식이 대부분이지만 곳곳에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과 최신 건축물도 보인다. 중동 전역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공중목욕탕 ‘하맘(hamam)’은 한때 여행자를 수용하거나 정치적 고위 인사들을 위한 건물이었지만 현재에는 박물관과 갤러리로 사용된다. 미술 전시회, 콘서트 및 기타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 됐다.
올드 바자르의 수제 맥주집.

올드 바자르를 지날 무렵 눈에 띄는 수제 맥주집이 보인다. 사람들로 붐비는 맥주집으로 들어가 특별한 맥주 한 잔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여러 샘플을 내어주며 맛보기를 권한다. 짙은 맛의 마케도니아 맥주로 잠시 목을 달래고 역사적인 요새로 향했다. 바르다르강이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스코페성 위로 마케도니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요새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00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해 기원후 6세기까지 요새가 건설됐다고 한다. 오랜 역사 동안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한 요새는 스코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스코페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로마에서 비잔틴까지, 오스만에서 유고슬라비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물과 문화가 혼합돼 있다. 20세기초 터키의 영향력에서 해방된 후 유럽 신고전주의 건축물이 지어졌다. 그러나 1963년 대지진으로 구시가지가 파괴된 후 일본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의 재설계로 미래 지향적인 스타일로 도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오래된 기차역의 시계는 지진이 일어난 5시17분에 멈춰 있다고 한다.

스코페성에서 도시의 또 다른 모습들이 시야에 담긴다. 저 멀리 밀레니엄 크로스도 보인다. 보드노(Vodno)산 꼭대기의 66m 높이 십자가가 눈에 띈다. 2002년에 시작돼 마케도니아 정교회, 마케도니아 정부 및 전 세계 마케도니아인들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십자가는 밤에도 도시를 빛낸다.
바르다르강이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스코페성 위로 마케도니아 국기가 흩날리고 있다. 이 요새는 기원전 400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해 기원후 6세기까지 건설됐다.

한나절이지만 현지 관광 안내를 들으며 걸어보니 아쉬운 대로 도시 전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도심 곳곳의 조각상들과 개들을 기억하며 수도 스코페를 떠나 발칸 제국의 진주라 불리는 유네스코 보호 도시 ‘오흐리드(Ohrid)’로 향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