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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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톡톡] ‘수수료 인하’ 당국 또 압력… 업계, 생계보장 시위 나설 판

‘소상공인 부담’ 원흉된 카드사
최근 카드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수료를 낮춰온 카드사들을 향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마케팅비를 대폭 줄여 카드수수료를 1조원 이상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달 안에 새로운 수수료 체계 개편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한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누르면 소상공인의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한쪽 면만 바라본 외눈박이 진단입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카드사들의 차별화된 마케팅 경쟁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키우고 소비를 늘리기 때문입니다. 
김라윤 기자

금융당국이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드업계 마케팅비의 95%가량은 사실상 금융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갑니다.

마케팅비 내역을 살펴보면 각종 포인트와 마일리지 적립, 캐시백 할인에 70%, 무이자 할부혜택에 5%, 프로모션 비용으로 20% 정도가 사용됩니다. 순수하게 광고비용 등으로 쓰이는 돈은 5% 내외에 불과합니다. 마케팅비의 대부분이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카드나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처럼 개개인의 소비패턴에 최적화한 ‘알짜카드’들에 탑재된 각종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별 혜택이 저마다 다른 만큼 맞춤형 카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집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열한 상품혁신 노력을 경주합니다.

마케팅비를 줄여 수수료를 0%대로 줄이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수료 0%를 주장하는 이들도 그런 선의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선의에서 출발한 수수료 0% 정책은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높이기 위해 경쟁할 수 있는 유인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소상공인들도 판매 물품을 구입할 때는 대금을 카드로 결제하고 캐시백의 혜택을 받고 있는 소비자입니다. 카드로 결제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도 누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잘 버는’ 몇몇 카드사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카드 생태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입니다. 카드업계가 어려워지면 주요 카드사와 거래를 하는 카드발행사, 배송업체, 설계사, 밴사, 콜센터에서 종사하고 있는 15만명 규모의 카드업계 종사자들이 타격을 받습니다.

카드업계 종사자들이 1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생계보장과 고용안정 촉구를 위한 시위에 나선다고 합니다. 소상공인들을 만나 장사하기 힘든 이유를 물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와 얼어붙은 내수로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정부는 임대료를 잡고 내수를 살려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손대기 쉬운 수수료만 때리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김라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