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짜고 치는 고스톱’이 벌어지는 걸까. 쉽게 떠오르는 건 의원들의 역량 부족이다. 10년 이상 국회에서 일한 한 보좌관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자기 말을 자기가 써서 읽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보좌진에게 기대게 되고, 결국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질의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의 ‘MS 발언’은 말씀자료를 그대로 읽다가 벌어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우승을 폠훼하는 듯한 질의를 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
비효율적인 질의 관례도 문제다. 상임위에서 의원 한 명당 배분되는 질의시간은 7분 정도다. 그 안에 질문은 물론 정부 부처 사람들의 답변도 받아내야 한다. 의원들이 툭하면 ‘시간 없어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7분 안에 기승전결을 만들어내야 하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 벌어지는 것이고, 협력관들과 비서진은 의미 없는 말씀자료들을 주고받는다.
의원 일정을 줄이는 게 어렵고, 전문성도 당장 끌어올리기 어렵다면 현행 상임위 위주인 국회 회의를 소위원회 위주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소위에 참석하는 의원이 많아야 10명을 넘지 않기 때문에 의원당 질의시간은 많아지고, 의원과 정부 간 진검승부가 가능하다. 국회가 국민 불신을 개선하려면 의정활동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