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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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암 사망위험 높인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한낱 먼지로만 여기고 대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각종 암에 걸릴 수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기 오염에 오래 노출되면 모든 종류의 암 사망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기 오염 노출이 말기 암보다 조기암에서 사망률을 오히려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전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잿빛 도심 하늘. 김경호 기자
경기 고양시의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와 연세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팀은 1999년∼2017년 수행된 대기 오염과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에 대한 30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 이런 연구결과를 도출했다고 28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입자의 지름이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 10μm 이하인 미세먼지, 그리고 이산화질소가 10μg/m3씩 증가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

또 대기 오염 평균 농도, 암의 진행 단계, 포함된 논문의 방법적 질 수준, 조사 대상자의 흡연 상태 등으로 나눠 분석한 세부 연구에서도 장기간의 대기 오염 노출에 따른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폐암 사망률뿐 아니라, 폐암이 아닌 다른 암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신장암, 미세먼지는 췌장암과 후두암의 사망률도 증가시켰다.

대기 오염 노출은 말기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 조기암에서 사망률을 오히려 더 높였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초미세먼지가 10단위 증가할수록 폐암의 발생과 사망이 약 9% 증가하는 메타분석 연구결과만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이 전체 암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첫 연구로 대기 오염 노출이 축적되면 거의 모든 종류의 암 사망 위험성이 높아짐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오염원이 산화 스트레스 반응과 염증반응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우리 몸의 유전자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암 예방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기 오염에 대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세먼지가 우리 몸 어디에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첨단방사선연구소 생명공학연구부 전종호 박사 연구팀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미세먼지 체내 분포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구현해 냈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구석구석 이동한다.

천식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을수록 독성이 커지고, 체내 장기 분포가 달라지는 것으로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체내 유입 미세먼지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은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RI) 특성을 생명체학(Biomics)에 적용한 융합연구 시설(RI-Biomics)에서 미세먼지를 관측해 냈다.

핵의학 영상장비를 통해 장기 내 미세먼지 표준물질(DEP) 축적량과 장기 상태를 촬영했다.

미세먼지 표준물질은 자동차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1㎛ 미만)와 동일한 유형이다.

쥐의 기도와 식도에 각각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투입해 들여다본 결과 입을 통해식도로 유입된 것들은 이틀 만에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전종호 박사는 "핵의학 영상 기술을 활용해 체내 미세먼지 분포도와 동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다양한 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송동근 기자 sd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