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물들은 인간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지켜왔던 생활방식들을 바꾸고 있다. 낮에 활동하는 포유동물들이 인간을 피해 야행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이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환경과학·정책학부에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케이틀린 게이너가 이끈 연구팀은 6개 대륙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장치 등을 이용해 다양한 포유동물의 활동을 조사한 기존 76개 연구결과의 자료를 분석했다. 62종의 포유류를 다룬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이 근처에 있을 때 포유동물들이 낮 동안 상대적으로 적게 움직였고, 밤에 더 활동적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심지어 이미 야행성이라고 분류된 종들에서도 나타났다.
인간을 피해 밤에 먹이를 찾고 있는 동물들. 낮에 활동하는 포유동물들이 인간을 피해 야행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디언 캡처 |
“동물 복지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동물도 법적 독립체 또는 법적 인간의 지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동물을 단순한 소유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난 7월 인도에서는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도 동물권이 있는 법적 독립체라는 이색 결정이 나왔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고등법원은 동물 보호와 복지 관련 청원 심리에서 “새와 수생동물 등 ‘동물의 왕국’ 모든 구성원이 ‘살아있는 사람’과 비슷한 권리를 가진 법적 독립체”라고 선언했다. 인도 법원은 동물 복지 등과 관련해 진보적 판결을 내려왔지만 동물에 법적 독립체 지위를 부여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 회원들이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모피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LA시의회는 모피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
인도와 유럽 사례 모두 동물권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들이 차에 치이거나 포획돼 팔려나가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말레이시아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탄절 전날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라왁주의 한 시장에선 열다섯 토막이 난 태양곰(말레이곰) 사체가 매물로 등장했다. 태양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취약종이자 현지법상 포획이 금지된 동물이다.
인간을 위해 동물들을 가둬놓는 동물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6월 폭우로 침수된 틈을 타 우리를 빠져나온 곰이 사살됐다. 같은 달 벨기에 동물원에서도 두 살 된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방문객들의 안전을 우려한 동물원 측에 의해 3시간 만에 사살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9월 대전 오월드 퓨마 ‘뽀롱이’가 사육사의 실수로 탈출했다 사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동물 생명을 경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9월 대전 오월드 사육장에서 사육사의 실수로 탈출했다 사살된 암컷 퓨마 ‘뽀롱이’가 살아 있을 때의 뒷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