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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의류·동물실험 퇴출하자”… 자성 움직임 [S스토리]

잔인한 모피 생산 실태 알려지며 버버리 등 패션계 사용 중단 선언 / 세계 화장품 80%는 동물실험 거쳐 / EU “판매금지 각국으로 확대할 것”
인간의 이기로 인해 동물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모피 퇴출 운동이 일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패션협회(BFC)는 런던패션위크 무대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FC의 발표에 앞서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의류 등 상품에 진짜 모피와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후고 보스, 랄프 로렌, 구찌 등에 이어 모피 사용 중단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피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모피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여우 모피 생산국으로 불렸던 노르웨이의 보수 정부는 연간 약 100만개 모피를 생산할 수 있는 여우와 밍크 농장을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는 모피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내년부터 진품 모피를 사용한 모든 제품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다.

여우·밍크 등 모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모피 산업도 최근 수년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16년 밍크 모피 판매는 전년 대비 41% 줄었다. 한때 1만위안(약 16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던 밍크코트는 3000위안(약 49만원)까지 떨어졌다.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 회원들이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모피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LA시의회는 모피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모피 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감은 2005년 한 모피업자가 살아 있는 너구리의 껍질을 벗기는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며 커졌다. 중국 모피 업계는 소비자의 인식을 돌리기 위해 2016년 밍크의 경우 질식이나 약물로 살해하도록 하고, 너구리나 여우는 고통 완화를 위해 전기적인 충격을 가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일부 업자들은 동물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도 여전히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들이 동물실험을 받으러 카트에 실려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물실험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미국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 1월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EU 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는 오는 2023년까지 동물실험 화장품의 판매를 전 세계적으로 금지하도록 EU가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 처리했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아직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약 80%가 여전히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이나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장과 도축장 대신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어내는 ‘대안 고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 대안 고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는 “한 30년 후면 동물을 죽일 필요도 없을 것이고 깨끗하고 맛은 똑같으면서 건강한 고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국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