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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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수저' 물고 데뷔하는 아이돌 [S스토리]

방송사·대형기획사 손잡고 스타양성 독과점/오디션 프로 통해 출발부터 인기 / 대중가요계에도 ‘수저 계층론’ /‘흙수저’ 일반아이돌 박탈감 커
‘금수저’ ‘흙수저’ 등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층론’이 대중가요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중가요계의 ‘금수저’는 방송사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가수(그룹)들이다. 이들은 데뷔하기도 전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널리 얼굴을 알린다. 데뷔 이후에는 자신들을 데뷔시켜준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하는 혜택도 받는다. 방송사의 노골적인 지원 덕택에 중소기획사의 아이돌 가수보다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시작부터 ‘스타’인 것이다.

여기에 방송사와 대형기획사가 손잡고 아이돌 가수를 데뷔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명 ‘다이아몬드수저’라고 불리는 부류이다. 일부 아이돌 가수들은 아직 데뷔하지도 않았는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돼 시청자들을 만난다. 심지어 특정 기획사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있다. ‘금수저’보다 더 먼저, 뱃속에서부터 ‘스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금수저’와 ‘다이아몬드수저’ 아이돌 가수(그룹)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반 아이돌 가수와 지망생, 중소기획사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은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신들보다 더 많은 상대를 이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돌그룹의 한 멤버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기획사를 떠나 방송사 오디션을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중소기획사 관계자도 “대형기획사에 이어 이제는 방송사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의 결탁이 업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지나친 독과점은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