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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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눈물이 주르륵… ‘눈물길’ 폐쇄 탓

보통은 눈물길 통해 자연스레 배출/막히면 눈곱 끼고 눈물 수시로 흘러/심해지면 시야 흐릿하게 보이고/결막염·피부염 등으로 악화되기도/항생제 투여·수술 통해 완치 가능
김모(60·주부)씨는 눈물이 자주 흘러 곤혹스럽다. 집에 있을 때는 물론 외출할 때나 누군가와 얘기할 때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잘 모르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심모(45· 회사원)씨도 얼마 전부터 아침마다 눈곱이 끼고 눈과 코 사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안과를 찾았다. 특별하게 슬프거나 기쁜 감정이 없는데도 지속해서 눈물이 흘러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한다. 두 사람의 이런 증상은 ‘눈물길 폐쇄’가 원인이다. 눈물길이 막혀 있을 때는 눈의 표면에 눈물이 고이거나 과도하게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안과에서는 눈물길 폐쇄에 따른 눈물 흘림증이라고 한다. 영문 모를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흘러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당황케 하는 안과질환 눈물길 폐쇄의 원인과 치료법을 살펴봤다.
안과 전문의가 눈물길 폐쇄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눈물이 흐르는 ‘눈물길 폐쇄’

눈물은 눈물샘에서 분비돼 눈의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고 눈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눈물은 눈물점과 눈물소관, 눈물주머니를 거쳐 코눈물관을 통해 배출된다. 눈물이 배출되는 눈물점부터 코눈물관까지의 통로를 바로 ‘눈물길’이라고 한다. 강북삼성병원 안과 한지상 교수는 “눈물샘에서 적당량의 눈물이 분비되면 눈물길을 통해 눈물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나, 눈물길 폐쇄가 생기면 평소보다 눈곱이 자주 끼거나 눈의 표면에 눈물이 고이고 과도하게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눈물이 고여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며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뺨으로 흘러 일상에 불편이 작지 않아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눈물길 질환은 선천적·후천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눈물 흘림은 대체로 선천적인 이유로 코 눈물관 끝부분 막이 열리지 않아서 발생한다. 신생아의 6~7%는 눈물길이 막힌 상태로 태어난다. 눈물길이 막혀서 태어난 신생아의 80~90%는 생후에 저절로 눈물길이 뚫리게 되나 그렇지 못한 아기들도 있다. 생후에도 눈물흘림 증상이 지속할 경우에는 눈물길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인의 경우 후천적 요인이 크다. 노화나 코눈물관의 염증, 부종 등이 생기면 차츰 코 눈물관이 좁아진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말기가 되면 눈물길이 완전히 폐쇄돼 눈물흘림증이 심해진다. 이 밖에도 사르코이드증, 림프종, 백혈병, 비강 내 종양 등에 의해서도 눈물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방치하면 불편함을 넘어 피부염, 결막염으로 악화

눈물길 폐쇄는 안구건조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자칫 안구건조증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두 질환은 눈물이 흐르는 원인이 다르다. 안구건조증은 눈이 시리고 따가운 등의 증상과 함께 반사성 눈물(자극에 대한 반사로 나오는 눈물)의 양이 증가해 눈물이 흐르게 되지만, 눈물길 질환은 눈물 배출로가 막혀서 눈물이 흐르게 된다. 안구건조증에 의해 발생하는 눈물흘림은 주로 외출 때, 바람이 많이 불 때, 겨울과 같이 안구 자극이 심할 때만 주로 눈물이 흐른다.

눈물길 질환의 경우에는 하수도가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항상 눈물이 많이 흐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두 질환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고, 눈물길이 완전히 막힌 것이 아니라 좁아진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할 때는 눈물이 흐르지 않다가 자극이 발생하면 눈물이 과다분비되기도 하기 때문에 두 질환을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단지 눈물이 많이 흐를 뿐인데”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으나 눈물길 질환은 단순히 불편함만 초래하지 않는다. 한 교수는 “눈물길에 문제가 생기면 눈물이 코로 내려가지 못하고 눈에 고이거나 눈 밖으로 흐른다. 눈물이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게 되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이 경우 단순히 눈물길 폐쇄 증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누낭염 같은 질환이 함께 발생할 수도 있다. 눈물이 눈 밖으로 지속해서 흐르게 되면 피부 짓무름, 피부염, 결막염 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눈물 흘림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눈물길 폐쇄에 의한 눈물 흘림증인지 알아보기 위해 ‘눈물소관 관류술’을 한다. 눈물소관 관류술은 생리식염수를 코눈물길로 흘려보내서 눈물길이 막혔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이 검사에서 협착이 의심되면 조영제를 눈물소관으로 주입하면서 엑스레이를 찍어 협착의 부분을 확인하는 눈물주머니 조영술을 시행한다. 이외에도 ‘눈물길신티그래피’라고 하는 핵의학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을 통해 눈물길 폐쇄 여부와 동반 질환을 확인한다.

눈물길 폐쇄가 확인되면 다양한 종류의 수술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코눈물관 내 실리콘관 삽입술’과 ‘눈물주머니 코안연결술’이 있다. 코눈물관 내 실리콘관 삽입술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국소마취 후 코눈물관을 넓히고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관을 넣는 시술이다.

폐쇄가 심해 실리콘관 삽입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눈물주머니 코안연결술을 시행한다. 이는 기존의 코눈물관이 기능을 못하여 새로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로 실리콘관 삽입술에 비해 회복기간이 길지만 눈물길 폐쇄가 심한 환자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눈물길 질환자라고 해서 모두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폐쇄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도 가능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