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오세훈법’ 통과… 법인·단체 기부 금지 [S스토리]

우리나라 현행 정치자금법은 2004년 개정된 일명 ‘오세훈법’이 근간이다. 당시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한 가운데 ‘돈 안 드는 투명한 선거 정착’을 내걸고 주도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던 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당시에는 외국법인이나 공공기관 등 특수한 경우를 빼면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허용됐다. 반면 오세훈법은 법인·단체는 물론, 이들과 관련된 기관의 돈은 무조건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없도록 했다. 대기업이나 특정 이익단체가 제공하는 로비성 자금을 원천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의원 후원금은 개인 명의로만 가능하고, 의원 1인당 연간 1억5000만원(전국단위 선거 있는 해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오세훈법도 입법 사각지대를 악용한 꼼수를 막지는 못했다. 상임위원회 유관 기관이나 이익단체 등이 직원과 직원 가족 명의를 이용해 소액 다수 후원을 하는 형태의 ‘쪼개기 후원’이 성행하게 됐다. 결국 2010년 ‘청목회 사건’이 터지면서 이 같은 입법로비 방식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청목회(청원경찰친목회)는 청원경찰의 급여와 퇴직연령 인상 내용이 담긴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33명에게 단체로 후원금을 보냈고, 청목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의 통로가 대폭 줄고, 법정 선거비용 상한선을 막아둔 탓에 정치현실과 괴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구당 제도를 폐지하면서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지역구 사무소를 아예 운영하지 못하게 됐고, 현역 의원이라도 매월 수백만원의 사무실 운영비를 메우기 쉽지 않아지면서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거마비’ ‘강연료’ 등의 명목으로 음성적인 정치자금 통로가 부활했다.

2015년에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실세 정치인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성완종 리스트’를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다. 여기에다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은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자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구당을 부활시키고, 원외 지구당위원장도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회찬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건전한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후원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관위에 기탁금으로 낼 수도 있다. 기탁금은 선관위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법률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입법 로비 의혹 등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후원금 기부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www.give.go.kr·사진)에 접속하면,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결제, 포인트 결제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납부한 정치자금은 연말정산 때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15∼25%에 해당하는 금액이 공제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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