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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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별감찰반 간판 바꾼다고 靑 비위 사라지겠나

청와대가 어제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특감반)’의 명칭을 바꾸고, 여러 기관 출신 인사로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기로 하는 등 특감반 쇄신안을 발표했다.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 임명 공공기관장 등의 감찰업무를 하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은 ‘공직감찰반’으로 이름이 바뀐다. 현재 검찰과 경찰로만 이뤄진 인적 구성도 감사원·국세청 등 조사권한을 보유한 여러 기관 출신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어제 대책은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간판을 바꾸고 파견기관 수를 늘린다고 해서 비위가 사라질지 의문이다. 이 정도로는 감찰반의 월권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청와대 비위는 민정수석실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경호처 5급 직원의 음주폭행은 청와대 전체가 권력의 오만에 빠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 해외순방 중 임종석 비서실장의 ‘선글라스 전방시찰’ 사건 등 상층부가 느슨해진 것도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기강해이 사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어할 장치가 없는 게 문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청와대 내부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하는 이유다. 특별감찰관 자리는 전임 이석수 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국정농단 사태 관련 감찰 등으로 마찰을 빚고 사퇴한 이후 26개월째 공석 중이다. 그간 특별감찰관을 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업무 중첩’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뤄왔다.

청와대 인사들의 비위와 기강해이는 청와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탓에 발생하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온갖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내각이 들러리를 선 채 모두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내각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수술하거나 최소한 완화하는 것이 근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