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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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창작물 밀려나고… 극단주의 '선전장' 된 유튜브 [S스토리]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차별받고 있습니다.”

3년 전 ‘남성인권운동가’로 등장한 데이비드 셰럿(21)은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 나타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다. 그는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다가 강간으로 오인받아 기소당할 수 있다”며 여성 접촉을 경계하는 언론 인터뷰를 했고, 이로 인해 반(反)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셰럿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극단주의에 빠져들게 된 이유를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접한 콘텐츠 탓으로 돌렸다. 그는 “열다섯 살 때 비디오게임 ‘콜 오브 듀티’ 영상을 보려고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계속되는 추천 영상을 접하게 됐다”며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 극우단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됐고, 그들의 주장에 빠른 속도로 물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3∼4년간 유튜브 영상을 찾아다니다 보니 극우단체에 가입해 그들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이용자 가운데 셰럿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데일리비스트는 전직 유튜브 직원의 증언을 인용해 극단주의 세력이 유튜브의 관련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공략했고, 유튜브는 결국 극단주의 정치세력의 ‘조용한 발전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극단주의나 증오 표현의 확산은 물론 허위사실이 확대 재생산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측은 2017년부터 유해 동영상을 감지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모니터 인력을 고용해 유해 동영상을 걸러내고 있다. 그러나 영상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유튜브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일 유튜브 측이 문제가 있는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증오 표현이나 음모론 등은 유튜브에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및 이용자들이 극단주의자가 대거 몰려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갭(Gab.ai)이나 포챈(4chan) 이용자들과 연관성이 크다며 이들이 유튜브 환경을 더욱 극단주의 성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