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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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타미플루 부작용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인 ‘팔각’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이 주원료다. 팔각은 목련과에 속하는 작은 나무로, 말린 열매는 별처럼 생겼다. 수천년 동안 중국에서 감기약 재료와 향신료로 널리 쓰였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타미플루는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유일하게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2010년 전 세계에 조류독감이 극성을 부리면서 로슈는 떼돈을 벌었다.

2005년 일본의 10대 청소년들이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고,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잇따랐다. 공통적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미성년자에겐 원칙적으로 타미플루 투약을 금지한다’고 권고했다. 국내에선 2009년 타미플루를 먹은 14세 남중생이 “가슴이 뛰고 환청이 들린다”고 호소하다 아파트 6층에서 투신해 골절상을 입었다. 2016년에는 질환이 없던 11세 소년이 타미플루 복용 후 아파트 21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 9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약의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년 55건에서 2016년 257건으로 크게 늘었다.

타미플루 복용 시 신경정신계 이상증세가 나타나게 되는 ‘인과관계’가 아직까진 명확하지 않다. 해외 연구 결과, 독감 발병 시 타미플루 복용 집단과 복용하지 않은 집단 모두에게서 환각, 돌발행동 등 신경정신계 이상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독감 자체 증상으로 신경정신계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으니 딜레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지난 22일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추락, 사망해 논란이 뜨겁다. 독감에 걸린 여중생은 약 복용 후 구토와 고열에 이어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환청·환각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는데 학부모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타미플루 특허가 지난해 8월 끝나자 100개가 넘는 복제약이 출시됐다니 더 걱정이다. 의사와 약사들의 복약 지도가 중요하다. 타미플루 안정성 검사는 물론이고….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