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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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방위비 분담 인상 압박

올해 1월19일 미국 백악관 상황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자리에 앉았다. 미 최고위직이 모인 국가안보회의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얻는 게 뭔가. 왜 한국을 친구로 삼아야 하나.”

매티스와 던퍼드가 나섰다. SAP(특별접근프로그램) 정보작전으로 북한 미사일을 7초 만에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미 알래스카 기지에서는 15분이 소요된다.) 사이버침투능력까지 확보해 미사일 발사 전후 파괴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비용문제에 집착한 트럼프가 이해하지 못하자 매티스가 폭발했다. “3차대전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긴장감이 흘렀다.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한 참석자는 그가 대통령에게 ‘당신이 수차례 파산시킨 비즈니스 도박장이 아니다’라고 경고하는 듯했다고 한다. 매티스는 계속했다. “전진배치 덕분에 미 본토를 지킬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런 자산이 없다면 전쟁 위험이 커지고, 나중에 선택지는 핵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부자 나라를 위해 우리가 엄청 쓰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35억달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던퍼드는 20억달러 정도이고 그나마 한국이 8억달러를 변제한다고 설명했다.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에 나오는 백악관 회의 장면이다.

한국 문제에 총대를 멨던 매티스가 물러났다. 그러자 트럼프는 “우리가 전 세계 여러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트위터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두 배로 올리라는 것이다. 저쪽은 협상장에서 걸어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우리가 딱 하나 믿을 게 있다. 미 의회가 지난 8월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이다.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해 놓았다. 그렇지만 이것만 믿고 있다간 한·미관계마저 한·일관계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