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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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향수에 디지털 기술 입혀… 만화영화로 ‘시간여행’ [S 스토리]

1990년∼2000년대초 만화 여전히 인기/“지금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 팬층 두터워/ 넷플릭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방영 화제/ 2019년엔 ‘울트라맨’ 3D 애니 새롭게 제작/ 케이블선 세일러문·빨강머리 앤 등 방영
‘신세기 에반게리온’ ‘울트라맨’ ‘뿌까’ ‘세일러 문’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넷플릭스와 투니버스, 애니원 등이 리메이크, 재방송, 신작 등을 방영 중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방송 ‘투니버스’ ‘애니원’ ‘애니박스’가 추억의 명작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작품을 새롭게 손봐 3D 애니메이션 등 현시대 입맛에 걸맞게 다시 제작했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실사 드라마로 만들어 내놓을 예정이다. 투니버스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광범위한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의 후속작을 선보이고 있다. 애니원과 애니박스는 추억의 명작을 재방영하고 있으며, 일부 새로운 시리즈도 편성 중이다.

방송과 뉴미디어의 이러한 행보에 20대부터 40대까지, 어느덧 어른이 된 당시의 소년소녀들이 동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 채널의 홈페이지에는 관련 글들이 수시로 게시되고 있다. ‘그레이트 마징가’ ‘슈퍼 그랑죠’ ‘은하철도 999’ ‘드래곤볼’ ‘파워레인저’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 방영 문의도 쇄도한다.

이들 채널은 “상대적으로 어린이들이 접하기 힘든 시간이나 날짜에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방영 중”이라며 “10∼20년 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현재에도 인기를 끄는 내용이라서 시청자들의 추억여행을 돕기 위해 편성을 결정했다”고 애니메이션 방영 의도를 설명했다.

◆넷플릭스, 새로운 시리즈로 리메이크

최근 넷플릭스가 새해 방영할 애니메이션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뜨거운 반응들이 올라왔다.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1996년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 반영돼, 당시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TV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영화 등으로 제작됐다. 서기 2015년 ‘사도’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위협을 받는 제3 신도쿄시를 배경으로, 휴머노이드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의 조종사로 선택된 주인공 ‘이카리 신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는 내년 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시작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Death(True)2’와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수촬영 전대(?隊)물의 원조 격인 ‘울트라맨’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전대물은 다수가 팀을 이뤄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장르를 말한다.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활발하게 제작됐다. 컴퓨터그래픽(CG) 등 특수효과가 없던 당시 특수한 의상과 분장 기술을 사용해 사람이 직접 연기했다. ‘울트라맨’은 1979년 쓰부라야 프로덕션에서 제작돼 같은 해 MBC에서 방송됐다. 비디오로도 제작됐으며, 피규어 등 관련 상품은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넷플릭스는 내년 4월 1일부터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공개할 계획이다. 초대 울트라맨 하야타 신의 아들 신지로가 아버지의 특수한 능력을 물려받아 새로운 울트라맨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세인트 세이야: 12궁의 기사단’은 새해 여름, ‘세븐시즈’는 4월에 공개된다.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은 10회 분량의 실사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투니버스·애니원·애니박스, 추억의 만화 재방

투니버스는 지난 19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에 3D 애니메이션 ‘뿌까’를 방송하고 있다. ‘뿌까’는 1999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온라인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TV로는 ‘짜장소녀 뿌까’란 이름으로 2007년 MBC(1기)와 2009년 대원방송(2기)에서 방송됐다. 이번에 방영하는 ‘뿌까’는 수가섬에서 주인공 뿌까가 일하는 전통 맛집 거룡가를 망하게 하려는 패스트푸드점 돈킹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벌어지는 대결을 다룬다.

투니버스는 앞서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연달아 선보였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20주년 기념 리메이크작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 크리스탈’을 지난해부터 방영했다. 1기는 지난해 9월, 2기는 지난 2월, 3기는 지난 9월에 방송했다. ‘카드캡터 체리’도 지난 4월 20년 만에 재더빙판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내년 1월 30일에는 ‘극장판 카드캡터 체리: 봉인된 카드’, 2월 6일 ‘카드캡터 체리 클리어카드 OVA(번외편): 체리와 두마리의 곰’을 방영하는 데 이어, 2월 13일부터는 ‘카드캡터 체리 클리어 카드’ 22화 전편을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마법진 구루구루’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도 지난 4월 17년 만에 선보였다.

애니원과 애니박스도 명작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엄마 찾아 삼만리’ ‘톰 소여의 모험’ ‘플란다스의 개’ ‘꼬마 너구리 라스칼’, 올해 ‘꼬마 너구리 라스칼’ ‘키다리 아저씨’ ‘소공녀 세라’ ‘안녕 앤’ ‘빨강머리 앤’ 등을 방송했다. 또한 ‘마징가Z’ TV 방영 45주년을 맞이해 TV시리즈 92화 전편을 HD화질로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지난 4월에 방영했다.

애니원은 여아 애니메이션 ‘프리큐어’ 시리즈의 12번째 작품 ‘GO! 프린세스 프리큐어’를 내년 1월 9일 오후 6시에 처음 방송한다. ‘프리큐어’는 2004년부터 제작돼 매년 새로운 시리지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5년 12월 5일부터 ‘빛의 전사 프리큐어’라는 제목으로 SBS에서 방송을 시작, 이후 애니원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녀들이 보통 인간을 뛰어넘는 괴력과 순발력의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프리큐어 전사로 변신해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울트라맨’
◆전국 키덜트 적극 환영… 드래곤볼·호빵맨 등 요청 쇄도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이 최근 연달아 우리 곁으로 돌아오자, 전국 키덜트(Kidult·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컴퓨터·비디오 게임 전문 사이트인 루리웹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세인트 세이야: 12궁의 기사단’ 등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인 애니메이션을 분석·설명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경우 루리웹은 물론이고 블로그, 카페 등에서 새로운 해석을 내놓거나 기존 내용을 정리한 글이 최근 다시 게시되고 있다.

‘울트라맨’은 기존 작품과 비교 분석하는 글이 다수 작성되고 있다. 울트라맨은 일본에서 특촬물로 시작해, 현재는 극장판과 만화책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화를 결정한 울트라맨은 일본의 만화 잡지 월간 히어로즈에서 연재 중인 시리즈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내용으로, 울트라맨 팬들은 일본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현지 기사 등 관련 내용을 번역해 알려주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방송한 해당 채널의 홈페이지에도 다양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마징가Z’를 방영했던 애니박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그레이트 마징가’ 방영을 묻는 글이 게시돼 있다. ‘GO! 프린세스 프리큐어’를 방영할 계획인 애니원 홈페이지에는 “프리큐어라고 모든 시리즈 순서를 방영하지 말고 의미 없는 시리즈는 넘어가는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며 방영에 대한 조언도 적혀있다.

이 밖에 ‘드래곤볼’ ‘모래요정 바람돌이’ ‘시간탐험대’ ‘은하철도 999’ ‘호빵맨’ ‘파워레인저’ ‘슈퍼 그랑죠’ 등의 방영을 요청하는 글도 다수 존재한다.

한 시청자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시청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요즘 ‘쿠루쿠루’가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반가웠다. 요즘 만화들은 유치하고 진부하고 식상하고,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며 “옛날에는 질이 상당히 높았고 나름 수준 있고 재밌는 만화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이 과거의 그런 즐거움들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깝기만 하다”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값진 만화영화들이었다. 지금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