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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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문이 커지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야 합의를 이유로 김영한 민정수석에게 국회 출석을 지시했다. 당시 김 수석은 비서실장과 사이가 틀어져 문건 조사 과정에서 내내 겉돌았다. 그는 국회 출석 거부라는 ‘항명 파동’을 일으킨 뒤 사퇴했다. 며칠 뒤 박 대통령이 “김 수석의 국회 출석 거부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항명은 아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은 관행처럼 여겨졌다. 주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 만큼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현직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는 다섯 번이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여야 합의를 거친다. 공교롭게 모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때다. 첫 사례는 2000년 10월 김대중정부 당시 신광옥 민정수석이다. 그는 결산심사 때 청와대로 보고되는 내사보고서에 대한 답변을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상임위를 바꿔가며 세 차례 출석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 10월6일 법사위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SK비자금 사건에 대한 국감 증인으로, 이튿날에는 재경위의 예금보험공사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듬해 1월 운영위 현안보고에도 참석했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2006년 11월 당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 종용 의혹 당사자로 지목돼 운영위의 비서실 국감에 출석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는 모든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2017년 국감에서 야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놓고 ‘의혹의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증인 출석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전례가 없고 그 자체로도 부적절하다”며 적극 엄호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조국 민정수석이 오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다. 민정수석이 국정감사가 아닌 운영위에 현안질의 답변자로 출석하는 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다. 민간인 불법사찰·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조국 청문회’를 하겠다는 야당과 불꽃 공방이 예상된다. 그가 선방할지, 아니면 파장을 더 키울지 주목된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