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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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해고 통보

인정사정없는 해고 통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명사로 변했다. 시도 때도 없이 트위터에 ‘사람을 자르는’ 글을 올린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달랐다. 트윗 할 틈을 주지 않고 먼저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 미군에게 “야전과 바다에서, 명절에도 한밤에도 눈을 부릅뜨라”는 편지를 남기고.

더 ‘살벌한’ 해고 통보는 우리나라에서 만연한다. 왜 살벌한 걸까. 해고 통보를 받는 순간 십중팔구 생계가 막막해지니 그렇다.

울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 30명 중 22명이 이달 말 계약을 끝낸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부분 60대라고 한다. 해고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아파트에 나붙은 글, “경제논리로만 결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주민 62.2%가 해고 쪽에 표를 던졌다. 희망찬 새해? 새해가 밝으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 가족 생계도 걱정해야 할 테니, 내내 밤잠을 설쳤을 성싶다. 이 아파트만 경비원 줄이기에 나선 것도 아니다. 목동에서도, 광주에서도 해고 바람이 분다.

왜 해고를 하는 걸까. 인정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박했던 것은 아닐까.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경제난에 제 호주머니가 텅 비었으니, 퍼줄 인심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 취업자 수는 9만명 이상 줄어든 제조업을 차치하고라도 도·소매업에서 6만9000명, 숙박·음식업에서 5만9000명 줄었다. 장사가 파리를 날리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리니, ‘일손을 줄여 버텨야 한다’는 생각의 결과다. 새해에는 ‘더 큰 임금폭탄’이 터진다. 최저임금 10.9% 인상도 모자라 주휴시간까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기로 했으니. 이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해고 통보는 봇물을 이루게 생겼다. 아파트 경비원뿐이 아니다. 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치고 있지 않는가. 청와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지표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할까. 수많은 사람이 해고 통보를 받은 뒤에? 한심한 노릇이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