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직원 수백명을 관리하는 책임자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국정운영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자리다. 장관급으로 국가 의전서열은 17위이지만, ‘정권의 2인자’ ‘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고 때로는 책임을 뒤집어쓴다. 2공화국 시절인 1960년 청와대 비서실이 처음 설치된 후 비서실장이 실세로 부각된 것은 1963년 12월 이후락 실장 등장부터다. 그는 재임 5년 10개월간 장관 인사와 공화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박근혜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 뜻을 전달하는 승지(承旨)에 불과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기춘대원군’으로 불렸다.
문재인정부의 임종석 비서실장도 이런저런 말이 끊이지 않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대협 의장 출신인 그에게 이념 프레임을 적용해 공격한다. 50대 초반인 그는 ‘차기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기도 한다. 얼마 전 ‘DMZ 선글라스’ 사건의 파장이 크게 번져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 실장 교체설이 제기됐다. 설 연휴(2월 초)를 전후해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할 경우 임 실장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 실장은 1년 7개월간 재직하며 ‘장수 실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기적으로는 바뀔 때가 됐지만, 그가 퇴장한다면 그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임 실장 후임으로는 노영민 주중대사,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 윤태영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양정철 전 홍보기획관 등이 거론된다. 임 실장 거취는 새해 여권 쇄신의 폭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