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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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넥슨 매각 충격

바람의 나라,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피파 온라인…. 젊은이도, 기성세대도 한 번쯤 푹 빠졌을 게임이다. 하나같이 세계시장을 석권한 게임이기도 하다. 모두 넥슨의 작품이다. 넥슨에 따라붙는 ‘게임 왕국’ 호칭. 공연히 붙은 것이 아니다. 이런 말을 한다. “넥슨 없는 ‘게임 코리아’는 없다.”

그런 넥슨을 팔겠다고 한다. 대주주인 김정주 대표는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자신과 가족, 특수관계인 지분 98.64% 전량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주간사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왜 파는 걸까. 이유가 분명치 않다. 고교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주고 2년 동안 조사와 재판을 받느라 곤욕을 치렀지만 그렇다고 회사 사정이 나쁜 것도 아니다. 피파 온라인4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시장을 평정할 야심작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말만 무성하다.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규제에 지쳤다”고, “심신이 피곤하다”고 했다고 한다. 게임산업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말도 나온다. 모두 추측일 뿐이다. 속마음을 누가 알랴.

넥슨은 1994년 만들어졌다. 2011년에는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1조2600억엔, 약 13조원에 달한다. NXC 보유 지분만 약 6조원. 다른 계열사 주식과 경영 프리미엄을 계산하면 매각 가격은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 넥슨은 컴퓨터 전공자라면 누구나 일해 보고 싶은 곳이다. 그런 까닭에 국무총리도 넥슨 같은 곳을 두고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업 못 해 먹겠다”고. 노조에 들볶이고, 정부에 시달리고, 규제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하기 힘들어서 하는 소리다. 김 회장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호는 사라지고, 친노조 구호와 규제는 봇물을 이룬다. 만에 하나 그런 이유에서라면 큰일이다. 김 회장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 테니.

게임 코리아? 이제 종언을 고할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새해 벽두부터 걱정만 쌓인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