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서 줄잇는 선거… 포퓰리즘 위력 이어갈까 [세계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득세하기 시작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포퓰리즘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성숙도가 높았던 국가에서조차 경기침체와 난민유입 등에 따라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에서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했으며, 영국에서는 유럽연합(EU) 탈퇴 내용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남미의 핵심국가들인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는 극단적인 성향의 정부가 출범했다. 포퓰리즘의 득세엔 대선이나 총선 등을 통한 유권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다. 올해도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일련의 선거 이후 포퓰리즘이 더욱 탄력을 받을지 일부 제동이 걸릴지 드러나게 된다.

◆‘트럼프 변수’에 노출될 선거들

지난해 남미와 유럽 일부 국가를 강타한 극우·극좌 포퓰리즘은 아직 영향력이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브라질과 이탈리아에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는 자국 이기주의를 높이 주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모방해 ‘이탈리아 퍼스트’와 ‘브라질 퍼스트’가 곧잘 울려 퍼지고 있다.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치러질 선거에서 트럼프 변수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포퓰리즘의 전선이 확장된다면 5월 유럽의회 선거가 1차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회 선거는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의 내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시한은 3월29일이지만 구체적인 시간표와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유럽의회가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시작된 영국의 혼돈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원인의 하나이다.

3월 말이면 브렉시트 결과를 받아들 유럽의회의 의석은 기존 751석에서 705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의 최대 정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소속된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다. 중도우파는 갈수록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5월 선거 이후에도 EPP가 집행위원회(EC)를 장악하려면 남부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극우정당 및 중도좌파 성향의 정당들 세력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인 폴앤폴스는 유럽의회 의석의 30% 이상은 극우 혹은 극좌 정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그레고리 여사.
AP연합뉴스

미국의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서는 10월 총선이 치러진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자리를 유지할지가 선거의 핵심이다. 진보적 성향의 자유당을 이끄는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당시 승리로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아버지(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에 이은 ‘부자 총리’ 시대를 열었다. 트뤼도 총리는 불과 수개월 뒤에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례로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수정을 고리로 캐나다를 압박했다. 과거보다 양국 정상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미국의 반이민 정책과 달리, 트뤼도 총리는 난민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 우위에 서기도 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은 높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4월 총선이 예정된 이스라엘 집권세력엔 트럼프 정부의 출범이 나쁘지 않았다. 중동은 물론 유럽의 우방을 향해서도 거친 방법을 동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이스라엘을 감싸 안았다. 대선후보 당시부터 친이스라엘 행보를 노골화했다가 집권 이후 텔아비브 주재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확정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해 말 당초 11월로 예정됐던 총선 대신 조기 총선 안건을 가결했다. 올해 4월 조기 총선을 통해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연립정부 지도자들의 복안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극좌·극우 성향의 정부 탄생을 지켜본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는 10월 총선이 치러진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실업률 10%에 인플레이션 30%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선의 화두는 결국 경제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한다면 중도 우파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평화정착·경제가 우선인 나라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포퓰리즘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는 선거도 곳곳에서 치러진다. 주목할 만한 선거는 인도네시아 대선과 아프가니스탄 대선이다. 인도네시아는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자카르타 주지사에서 일약 대권을 거머쥔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와 활발한 외교활동을 통해 국정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4월 치러질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탈레반 격퇴 등의 명분으로 전쟁을 경험한 아프가니스탄은 올해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당장은 대선을 제대로 치러낼지가 관심사이다. 아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시스템 문제 등으로 투표날짜를 당초 4월20일에서 7월20일로 연기했다. 선거부정 방지와 선거 관련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명분이었다. 대선이 연기되면서 반군인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정치인은 그동안 탈레반과의 ‘아프간 평화협정’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대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4월 혹은 5월에 치러질 인도 총선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은 지난해 초까지는 주의회 등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말 일련의 주의회 선거에서는 저조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농촌 지역 유권자들이 야당을 선택하고, 일자리 부족에 청년들의 표심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년 만에 치러지는 올해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당이 고전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힌두 국수주의 성향인 BJP가 중도 좌파인 국민회의와 총선 싸움에서 집권당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국민회의는 네루-인디라 간디 가문이 주도해 온 정당으로 4세대 후계자인 라울 간디가 이끌고 있다.

◆“유권자 혁명이냐, 좌절이냐”

비교적 조용하게 유권자 혁명을 꿈꾸는 나라들도 있다. 이런 나라 중에는 우선 2월 총선을 치르는 나이지리아가 눈에 띈다. 미국외교협회는 올해 선거가 예정된 나라 중 나이지리아 유권자의 60%가 1990년 이후 출생자인 점에 주목했다. 권력·경제 기반은 1960년대 이전 출생자들이 장악하고 있어, 젊은 세대의 불만이 크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나이지리아는 대통령 후보와 주지사의 최소 연령을 조정했다. 각기 40세에서 35세로, 35세에서 30세로 낮췄다.

3월31일 대선을 치르는 우크라이나는 혼란과 기회를 동시에 노출돼 있다. EU와 러시아의 영향력에 노출된 동유럽 최대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이번 선거에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선을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치·경제적 상황도 대선 이후 바뀔 수 있다. 이번 대선도 역시 역내 강국인 러시아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5∼8월 총선을 치르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 강국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변화에 노출돼 있다. 성격은 다르다.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국유기업 개혁 등 현 정부의 친시장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부 서구 언론은 ANC의 실패는 남아공의 경제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2월 총선이 예정된 태국도 위기 속의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 태국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총선을 치른다. 5월 이전에 실시될 호주의 총선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호주에서는 10년 동안 6명의 총리가 탄생할 만큼 집권당의 권력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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