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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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달의 뒷모습

달은 지구에서 앞면만 보인다. 딱 절반은 아니다. 타원 궤도 등과 관련되는 월칭동(月秤動) 현상 때문에 앞면은 절반을 조금 웃돌게 마련이다. 정확하게는 59%다. 왜 59%의 앞면만 보이나. 과학적 설명은 명쾌하다. 달의 공전·자전주기가 27.3일로 같아서다. 하지만 두 주기가 왜 공교롭게 일치하는지 등을 묻기 시작하면 계속 명쾌하기 쉽지 않다. 음모론이 등장하는 지점이다.

지구의 하루는 24시간이다. 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하루는 8시간 정도였을 것이라고 한다. 기후 변화는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의 요람인 조수간만의 차도 달의 인력과 무관치 않다. 달이 없었다면 고등생물의 진화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인류도 마찬가지다.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달은 신비에 싸인 수수께끼”라고 했다. 달이 어찌 생겨났는지 여전히 모른다는 점에서 처칠 발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현재 유력한 가설은 대충돌설이다. 먼 옛날 화성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학계 지지를 받던 ‘분리설’, ‘동시탄생설’, ‘포획설’ 등이 허점을 메우지 못해 기각된 전례를 보면 대충돌설만은 다를 것으로 믿을 수는 없다.

주류 이론에 등을 돌린 음모론 시각도 널려 있다. 아마도 가장 기발한 것은 달은 인공물이란 주장일 것이다. 물론 미래의 인간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지구 생명의 필수 요소인 달을 만들었다는 주장(‘누가 달을 만들었는가’의 결론)에 다다르면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그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지구촌이 법석이다. 중국이 공개한 뒷면 사진을 놓고 ‘처음 보는 뒷모습’이라며 열광하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초면은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심(深)우주기상관측위성에서 찍어 공개한 뒷면 사진부터 그렇다. 미국 아폴로8호는 일찍이 1968년 달의 뒷면 쪽에서 어스라이즈(Earthrise)를 촬영했다. 하지만 인간 탐사선이 그곳에 안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이 우주로 한 걸음 더 내디딘 것은 분명한 것이다.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 과학계에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분발 또 분발할 일이다.

이승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