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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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빨간불 디스플레이 돌파구 찾을까 [경제talk톡]

TV시장 숙적 삼성·LG 협력 움직임
세계 가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과 LG는 특히 TV 시장의 숙적입니다.

삼성의 기술력이 집약된 ‘QLED TV’를 겨냥해 LG는 자발광이 아니라고 공격했고, 삼성은 LG의 차세대 TV인 ‘올레드’의 색 번짐(번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세계 1위 TV를 만드는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 책임자인 한종희 사장과 세계 최고의 TV 패널 기술력을 가진 LG디스플레이 CEO인 한상범 부회장도 장외 설전을 벌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CES(소비자가전쇼)에서 마이크로미터(μm·1000분의 1㎜) 단위의 LED(발광다이오드)로 만든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였을 때, 한 부회장은 “기술적으로 장애물이 많아 상용화되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한 사장은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정필재 산업부 기자
두 수장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중국의 물량공세가 본격화됐고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디스플레이 산업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2017년 3조46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18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낮아진 TV 사업 수익률에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그간 으르렁대던 두 리더가 만났습니다. 기자가 한 부회장, 한 사장을 각각 만나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8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습니다. 이들은 만찬을 하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모양입니다. 한 사장에게 한 부회장의 인상을 묻자 “성격이 시원시원한 분”이라며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 부회장 역시 “술도 잘 마시는 걸 보니 좋은 사람”이라며 “기분 좋은 자리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진 말도 같았습니다. 한 부회장은 “삼성이나 LG나 서로에 대한 공격을 많이 해서 감정이 상한 부분이 있던 것 같다”며 “시너지를 낼 부분이 있는 만큼 건설적인 대화를 더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장 역시 “위기를 맞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돌파구를 같이 찾을 수 있을 같은데 상황이 안 돼 안타까웠다”며 “LG디스플레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지 않았던 이들의 만남이 다시 성사될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업황 부진에도 최근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두 리더는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나란히 참석합니다. 이번 CES에서 이들이 다시 만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구할 묘수를 찾아낼지 궁금해집니다.

정필 재 산업부 기자 rush@segye.com